"제2의 LED 될까"…드론산업, 中企 살리려다 외국기업 점령 위기

입력 2020-09-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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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진입규제 장벽 걷고 핵심기술 확보에 집중해야 세계시장 생존"

2010년대 초 조명시장 전환기에 국내 대기업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기술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 그러나 2011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LED 조명 분야가 포함되면서 결국 대기업은 철수했다. 그런데도 중소기업이 LED 산업의 주인이 되진 못했다. 필립스, 오스람 등 외국 기업이 국내 점유율이 높아졌고 중국 업체는 저가 공세를 퍼부었다. 결국, 국내 LED 시장은 외국계에 빼앗겼고 2015년 적합업종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회복하지 못했다.

드론산업이 제2의 LED 산업이 되지 않도록 중소기업 보호 정책 중심에서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 미국 등 주요국은 정부지원과 유연한 제도 운용으로 드론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관련 육성책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중소기업 보호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드론은 군사, 취미 외에도 안전진단, 감시 측량, 수송, 물품 배송, 운송수단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시장의 자체 성장과 함께 연관 산업에 파급력이 커 2016년 56억1000만 달러였던 드론 시장 규모는 2025년 239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내 드론산업은 이제 막 시장을 형성하는 단계다.

2017년에 발표된 정부부처 로드맵에 따르면 한국시장 규모는 2016년 세계시장의 1%에 불과할 만큼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드론 업체의 51.9%가 매출 규모 10억 원 미만의 영세한 규모다.

전 세계 드론 관련 특허에서도 한국의 비중은 7%로 미국(28%) 등 주요국보다 낮고, 핵심부품 기술력 또한 세계 최고수준에 미치지 못한 상태다.

그 결과 국내시장은 수입 드론이 점유한 지 오래다. 작년 8월 말 현재 지방항공청에 등록한 드론 1만 21대 중 국내산 제품이 10% 미만인 점은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방항공청은 사업용 12kg 이상 대형 드론을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자료=전경련)
(자료=전경련)

주요국은 한발 앞서 강력한 산업육성책을 실시했고 제도 유연화를 추진했다. 중국은 ‘선허용-후보완’의 기술 수용적 정책 기조와 함께, 강력한 공공수요 창출과 보조금 지급 등 정부주도로 산업을 빠르게 육성했다.

미국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벤처캐피탈과 인수합병(M&A)으로 민간주도의 성장으로 시장을 키워왔다. 최근 아마존, 구글, 퀄컴 등 글로벌 기업이 투자를 하는 가운데, 최근 산업화에 주도권을 뺏길 것을 우려해 당국이 엄격한 제도를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다.

한국 역시 2017년 육성책을 마련하고 로드맵을 발표해 드론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등 후발주자로 캐치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2017년 공공조달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에 드론을 지정하는 등 여전히 드론산업의 중소기업 보호에 멈춰있다.

공공조달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은 공공기관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정한 물품 및 서비스를 구매하는 경우 직접 생산하는 중소기업으로부터 해당 제품을 구매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자료=전경련)
(자료=전경련)

전경련은 도전적인 수요를 창출해야 할 공공분야 사업 주체를 중소기업으로 한정하고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함으로써 한참 치열한 경쟁 중인 드론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기회가 축소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중소기업 보호 위주의 정책이 오히려 드론산업의 중소·중견·대기업 시너지와 경쟁력을 막을 수 있어, LED 실패가 되풀이될까 우려스럽다”면서 “‘국내용 보호 정책’보다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실력’에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력을 드론 분야에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 중심으로 전환이 시급하다”며 “중소기업 주요 기술의 연구·개발은 지속해서 투자하면서, 중소기업 고도화를 위한 마케팅 지원과 함께 공공에서 부가가치 높은 임무 수행용 드론 수요를 선도해 새로운 핵심기술 개발을 자극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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