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자금이 유입돼 주가가 오르는 ‘유동성 장세’에 힘이 빠지면서 국내 증시 역시 단기 조정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실적 개선 기업 찾기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1일 기준 투자자예탁금 규모는 54조7780억 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을 사기 위해 계좌에 넣어둔 대기성 자금을 의미한다. 이달 초 63조 원 규모로 급증했던 투자자예탁금은 이후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며 56조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연초 투자자예탁금이 약 29조 원 수준에서 움직인 것과 비교하면 27조 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이 증시로 들어왔지만, 추가 유입세는 다소 줄어든 셈이다.
투자자예탁금 유입이 줄어도,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연일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빚을 내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여전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7일 17조9023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후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17조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 대해 “최근 투자자예탁금 대비 신용융자 잔고 비율이 크게 올랐다”며 “수 십년간 투자자예탁금이 이 정도로 늘어난 건 처음 일어난 일이며, 더 늘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유동성에 힘이 빠진다고 보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동성만이 증시 랠리를 이끈 게 아니라 주식시장 펀더멘털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어 현재 시장은 장기 상승장이 진행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이 시장에 계속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는 믿음이 흔들린 시점은 7월부터였고, 적극적으로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지 않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월스트리트가 아닌 메인스트리트에 돈을 풀겠다’는 새로운 방식의 통화정책 방향이 잡히면서, 주식시장도 조정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반기 증시 불확실성 확대로 10월 단기 조정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실적 개선기업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3·4분기 예상 실적을 두고 세 곳 이상 증권사의 전망치 평균을 집계한 결과, 모두 영업이익 부분에서 성장세를 점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이 가장 크게 증가할 기업으로는 SK하이닉스가 꼽혔다.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조365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9%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4분기에도 388% 성장세가 추정되고 있다.
이어 현대차는 3분기 예상 영업이익 추정치가 1조41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5% 성장해 실적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4분기에는 15% 성장이 추산됐다.
이밖에 카카오가 3분기 95% 성장한 1153억 원, 셀트리온이 86% 증가한 1918억 원, LG화학이 75% 늘어난 6657억 원, NAVER는 38% 성장한 2785억 원, 삼성전자는 27% 늘어난 9조9057억 원 등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