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모기업 프랑스 르노의 경영전략 개편에 맞춰 역할을 재정립하는 한편, 2027년까지 추진할 중장기 전략 수립에 나섰다.
생산 및 판매확대에서 수익성을 중심으로 경영전략을 개편하겠다는 전략이다. 협력사를 상대로 이런 경영전략 개편을 주제로 한 공개 세미나도 검토 중이다.
21일 르노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중장기 전략 '비전 2027(가칭)'을 준비 중이다. 이는 모기업인 르노가 최근 경영 전략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로컬 브랜드로서 역할론을 강조하고 수익성 중심의 경영전략을 추진한다는 게 르노삼성 중장기 전략의 골자다.
앞서 르노삼성은 2017년 국내 협력사를 상대로 ‘르노그룹 비전 2022’를 발표한 바 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5년마다 경영전략을 수정한다. 향후 5년부터 10년까지 단계별로 중장기 전략을 수정하고 이에 따른 새 목표치를 세우는 방식이다.
르노그룹은 지난해 6월 카를로스 곤 CEO의 불명예 퇴진 이후 ‘티에리 볼로레로’를 수장으로 선임했다. 그러나 1년여 만인 지난 7월 신임 그룹 CEO로 ‘루카 드 메오(Luca De Meo)’를 경영 전면에 내세웠다.
프랑스 투자청이 최대 주주인 르노는 지난해까지 글로벌 저성장 쇼크에 휩싸였고, 올해 들어 코로나19 팬데믹에 영향을 받아 1분기에만 36억 유로(약 4조95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냈다.
이후 프랑스 정부로부터 50억 유로(약 6조8800억 원)에 달하는 재난지원 여신을 확보하며 막힌 돈줄을 가까스로 뚫었다.
정부 대출에 성공한 이후 새 CEO인 루카 드 메오가 선임됐고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에 착수했다.
상반기에만 73억 유로(약 10조 원) 수준의 손실을 낸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다.
신임 CEO는 취임 3개월 만인 이달 초 △르노 △다치아 △알피느 사업부 이외에 △모빌리티 사업부를 신설하는 등 본격적인 조직 개편에 나섰다.
동시에 수익성이 낮은 경차와 소형차를 줄이고 중형급, 나아가 SUV 라인을 확대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수익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 지원확보를 끌어내는 과정에서 구조조정도 약속했다. 그룹 내에서 1만5000여 명에 대한 구조조정과 긴축재정 등도 공언했다.
카를로스 곤과 함께 글로벌 차 업계에서 대표적인 ‘코스트 킬러(원가절감 주도 인물)’로 알려진 신임 CEO는 독일 폭스바겐 그룹 출신이다. 폭스바겐 산하 중저가 브랜드 세아트 CEO 시절 사상 최대 영업실적을 낸 주인공으로 평가받아왔다.
이런 모기업 르노의 경영전략 재편에 맞춰 르노삼성 역시 체질 강화 및 사업전략 수정을 추진한다. 구체적인 방향성은 드러나지 않았으나 르노의 사업전략과 궤를 같이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나아가 르노의 경영체제 개편에 따라 르노삼성의 역할론 확대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르노삼성은 르노가 메르세데스-벤츠와 제품 공동개발 및 파워트레인 공유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역할론을 확대한 바 있다. 르노 그룹 내에서 유일하게 중형차와 준대형차 개발 경험을 지닌 데다, 르노 자회사 가운데 가장 뛰어난 연구ㆍ개발(R&D) 역량을 갖췄기 때문이다.
르노 그룹이 소형차 대신 수익성이 큰 중형차와 SUV 등에 집중한다면 르노삼성이 개발과정에서 뚜렷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이 같은 대내외 환경을 바탕으로 한 가칭 '비전 2027'은 현실화 가능성이 큰 전략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내부적으로 생산량과 구체적인 수익성 목표치 등을 점검하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르노 그룹 자체가 단기적인 구조 조정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조직 내 변화 및 역량 강화를 통해 효율화를 추구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라며 “우리(르노삼성)도 수익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제품전략을 수정해 국면 전환을 시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