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에 따르면 독일 키엘대 부설 세계경제연구소는 세계 무역량이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여전히 적지만, 6월까지 올해 손실분의 약 절반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시작된 올해 2월과 금융위기 시작점이었던 2008년 9월을 각각 ‘기준 100’으로 삼아 전 세계 교역량을 지수화했다.
분석 결과, 세계 교역량 지수는 팬데믹 3개월째인 올해 5월에 84.26으로 바닥을 찍고, 4개월째인 6월에는 90.63으로 바로 반등했다. 금융위기 당시 5개월째에 접어들어서야 바닥을 찍고, 1년이 지난 후 반등한 것과 대조된다. 이는 코로나 충격으로 인한 무역 회복 속도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8개월 이상 빠르다는 의미다.
리서치 업체 IHS마킷 분석에서는 8월 38개국 중 14개국의 신규 수출주문이 증가했다. 6월에는 신규 수출주문이 늘어난 나라가 4개국에 불과했었다.
WSJ는 아직 수출주문이 늘어나지 못한 나라들도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조만간 증가세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입품에 대한 가계지출이 회복되고 있으며,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식이나 영화 관람 등 내수 서비스에 대한 지출은 줄었지만, 가계는 여전히 생필품을 사야 해서 무역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제활동 봉쇄에서 가장 먼저 벗어난 중국은 8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9.5% 증가했다. 세계 최대 항만인 중국 닝보-저우산항은 7월부터 수출입 화물 물동량이 회복하기 시작해 지난달에는 작년 수준을 넘었다.
이달 상순 한국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에 그쳐 코로나19에 따른 급격한 수출 감소에서 회복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아시아 지역과 미국, 유럽 항만들에서의 선적 활동도 정상 수준을 찾아가고 있다. 일부 주요 항로에서는 상품 수요가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화물운임이 심지어 코로나19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예를 들어 이달 중국 상하이에서 미국 캘리포니아까지의 컨테이너 표준 운임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과 중국, 독일 등은 코로나19를 상대적으로 잘 억제한 것은 물론 서비스와 제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경기회복이 다른 나라보다 빠르다.
중국은 주요국 중 유일하게 올해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클레이스는 한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1.5%, 독일은 -5.3%를 각각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이탈리아(-9.3%)나 스페인(-10.7%) 등 서비스에 더 많이 의존한 국가보다 훨씬 좋은 성적이다.
이런 추세는 무역이 예상보다 세계 경제회복에 더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S&P글로벌의 샤운 로치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무역은 더욱 탄력적인 회복세를 보이는 것으로 입증된 경제 부문”이라며 “예를 들어 사람들이 휴가를 가지 못하더라도 새 노트북을 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