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장관이 '아베 정권을 충실히 계승하겠다'고 공언한 것으로 봤을 때, 지난해 아베 총리가 한국을 상대로 취한 반도체 소재ㆍ부품 수출 규제를 푸는 등 한일관계 개선에 나설 의사는 당분간 없어 보인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출 규제 1년이 지나면서 소재 부품 국산화 속도가 높아지는 등 일본의 수출 규제가 전화위복이 되고 있다.
특히 폴리이미드ㆍ포토레지스트ㆍ불화수소 등 규제 대상인 3개 소재는 정부와 기업 간 협력으로 공급 안정화를 앞뒀다.
솔브레인은 올해 액체 불화수소 공장을 조기 완공했고, 램테크놀러지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액체 불화수소 공장 증설을 진행 중이다.
솔브레인과 램테크놀러지는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각각 불화수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주목을 받았다.
문제는 일본이 추가 제재에 나설 경우다. 여전히 일본의존도가 높은 품목이 많은 탓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일(對日) 수입 상위 100개 품목 중 34종은 전년(2018년)보다 비중이 늘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원재료 실리콘웨이퍼는 대일 수입 비중이 34.6%에서 40.7%로 늘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실리콘웨이퍼의 경우, SK실트론이 열심히 하고 있지만, 단숨에 일본 업체의 기술력을 따라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노광 공정에서 사용되는 포토마스크 원재료 블랭크마스크도 마찬가지다. 호야, 신에츠 등 일본 기업이 90% 이상을 공급 중이다.
특히 차세대 EUV(극자외선)용은 호야가 독점하고 있다. EUV 공정을 도입한 삼성전자도 호야의 마스크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산업은 일찌감치 기술적으로 일본 의존도를 낮춰왔다. 기술 자립은 물론 토요타 정도를 제외하면 기술력은 오히려 한국차가 앞서 있다는 게 정설이다.
핵심기술 대부분도 독자 기술을 갖췄고, 부품 역시 마찬가지다. 단가가 낮은 부품은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 발주 중이고, 핵심 부품은 현대모비스를 비롯해 국내 부품사의 기술력이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
그나마 수입하던 부품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1~7월 8억 달러(약 9471억 원)에 달했던 일본산 차 부품 수입액은 올해 같은 기간 3억6000만 달러(약 4262억 원)로 약 55%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자동차 부품 전체 수입이 0.9%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감소 폭이 큰 편이다.
완성차 업계는 스가 총리 시대의 중ㆍ일 관계 변화도 예의 주시 중이다.
중ㆍ일간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해 일본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따라 중국 현지에서 일본차의 시장 지배력도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2017년 사드 배치 이후 중국 시장에서 부침을 겪기 시작한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토종기업은 물론 일본차와 각을 세우고 있는 만큼, 일본 정부의 대중국 정책 향방에 관심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