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32.42포인트(2.25%) 하락한 2만7500.89에 마감했다. S&P500지수는 95.12포인트(2.78%) 떨어진 3331.8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65.44포인트(4.11%) 급락한 1만847.69에 각각 장을 마쳤다.
2일 사상 최초로 1만2000선을 돌파한 나스닥은 이후 연일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다음날인 3일 4.96% 폭락하고, 4일에도 장중 5% 이상 폭락한 후 종가 기준으로 1.27% 하락 마감했다. 노동절 연휴 이후 문을 다시 연 이날도 큰 폭으로 빠지는 등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 기간 하락폭은 총 10.03%에 달했다. 다우지수 역시 3거래일 연속 떨어지면서 14% 하락했다.
증시 불안에 위험자산 투자 심리도 위축되면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일 대비 3.01달러(7.6%) 내린 배럴당 36.76달러에 마감했다. WTI는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 거래일의 0.720%에서 0.682%로 낮아졌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주요 기술주가 최근 과도하게 오른 부담감에 조정이 이어지면서 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애플은 이날 신제품 공개 일정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6.7% 급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5.4%, 아마존이 4.4%, 페이스북이 4.1%,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3.7% 각각 하락했다. 여기에 테슬라까지 합쳐 6개 주요 기술주 시가총액은 3거래일 만에 1조 달러 이상 증발했다.
특히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주가 급등과 폭락으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1.06% 폭락한 330.21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는 2010년 증시 상장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빠진 것이다. 주가 폭락에 시총도 하룻 새 820억 달러 증발하면서 3077억 달러로 주저앉았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대규모 기술주 콜옵션 매수를 통해 올해 나스닥 급등에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주가 과열 우려가 큰 상황이다. 옵션 거래 급증은 주가가 경제의 펀더멘털과 괴리됐을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옵션 포지션이 청산되거나, 실물 주식을 이용한 헤지 과정 등에서 변동성을 촉발할 가능성도 커진다.
매트 멀레이 밀러타박 수석 시장 투자전략가는 “지난주 초까지 우리가 보는 지표들이 얼마나 극단적이었는지를 고려하면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온건한 하락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면서 “10% 이상의 추가 조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도 시장의 불안을 키우면서 증시를 압박했다.
11월 3일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중국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노동절 휴일인 전날 백악관에서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과의 경제 관계 단절을 뜻하는 ‘디커플링’까지 언급했다.
중국과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줄이고 미국을 제조업 최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고율 관세 부과에 이어 디커플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업체인 SMIC를 거래제한 기업 목록인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등 실질적인 추가 행동 가능성도 커졌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맞서 데이터 안보의 국제 기준을 정하기 위한 자체 구상을 발표했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일부 국가가 일방주의와 안전을 핑계로 선두 기업을 공격하는 것은 노골적인 횡포”라며 “디지털 보안을 정치화하고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국제 관계 원칙에 벗어난다”고 말했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 지수는 영국과 유럽연합(EU)이 8차 미래관계 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1.1% 하락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0월 15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더 이상의 협상을 포기하겠다고 말해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