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모듈 탄소인증제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저가 중국산 제품이 범람했던 국내 태양광 시장의 판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탄소 배출량 저감이 시장 진입에 중요한 조건으로 작용하면서 중국 태양광 업체의 한국 시장 공략이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큐셀은 태양광 모듈 탄소배출량 검증 신청을 최근 접수했고 LG전자도 검증 신청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배출량 검증 신청을 했다고 바로 인증을 받는 것은 아니고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입찰할 때 가점과 보조금 지원 등의 혜택이 있어 대부분의 국내 업체들이 검증 신청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태양광 모듈 탄소인증제는 태양광 모듈 제조 전 과정(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에서 배출되는 단위 출력당(1kW) 온실가스의 총량을 계량화(CO2·kg)하고 검증하는 제도로, 온실가스 총량은 태양광 모듈 제조과정에서 직접 발생하는 배출량과 소비된 전력생산을 위한 배출량을 합산해 평가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세계 온실가스 감축에 이바지하고 국내 태양광 산업계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지난 7월 이 제도의 시행을 발표했다.
국내 태양광 업체들은 탄소인증제가 시행되면 내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태양광 시장이다.
국내 시장에서 중국산 모듈 사용 비중은 △2016년 28% △2017년 26.5% △2018년 27.5% △2019년 21.3%를 기록했다. 국내 태양광 시장의 성장률이 높다는 점에서 중국산 제품이 20%대의 비중을 유지한다는 것은 중국 기업들의 성장을 의미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까지 중국산 태양광 모듈 수입액은 2억41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4% 증가했다.
이번 제도 시행으로 탄소 배출량 기준을 글로벌 기준에 맞춘 국내 업체들이 인센티브를 획득할 가능성이 커졌다. 산업부는 신재생에너지공급 의무화(RPS) 선정 입찰 시장과 정부 보급 사업 등에서 등급별로 차등화된 특전을 적용할 계획이다.
태양광 관련 대기업 관계자는 “탄소인증제 들어오면 지금부터 (태양광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며 “그동안 저가로 치고 올라온 중국기업들이 이제는 탄소인증제에 맞춰 제품을 만들면서 나온 탄소를 측정해야 하는데 (탄소배출량이 많아)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업계 전반적으로 이번 제도에 대해 찬성하고 있지만, 오히려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저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최근 태양광 소재·부품에서 잇따라 철수하면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제도의 도입 취지가 저탄소제품 확대인 만큼 정부에서도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