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날 중국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다룬 보고서를 발간했다. 윌 스티븐스 크레디트스위스 아시아태평양 전략 책임자는 “중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집단”이라며 “이들은 이전 세대와는 다른 소비패턴과 관심사를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3차까지 구분돼 있는데, 1950년대와 1960년대, 1980년대 후반으로 나눌 수 있다. 보고서에서 분석한 대상은 1960년대에 태어난 2차 베이비붐 세대로 그 수가 2억4500만 명에 달한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건강 관리의 필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이들의 은퇴는 건강관리부터 보험, 여행, 전자상거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의료 분야다. 크레디트스위스가 중국의 중장년 소비자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베이비붐 세대의 39%가 기존의 의료 서비스 보장 정책이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스티븐스 책임자는 “베이비붐 세대는 안전망을 확보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보험 상품에 높은 관심이 몰리는 것에 더해 중국 사회 보장 시스템 개혁의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최근 10년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100달러에서 1만 달러(약 1200만 원)로 치솟는 등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가파른 성장세에 비해 보험 등 의료 서비스 보장 정책이 받쳐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은 아시아에서 실제 삶과 건강 보험의 괴리가 가장 큰 국가 중 하나”라고 평가한다.
결과적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와 미성숙한 의료 서비스 보장 정책은 연금저축 등 상업 보험의 발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스티븐스 책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는 중국의 의료 인프라 지출 속도를 높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보험뿐만 아니라 의료 장비와 사립 병원 등 의료 서비스 분야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2014~2018년 중국 내 사립 병원의 연평균복합성장률은 23.9%에 달했다. 같은 기간 공립 병원의 연평균복합성장률인 10.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보고서는 “고급 사립 병원은 의료 서비스의 질에 민감한 은퇴자의 영향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했다. 임플란트나 관상동맥 스텐트 등 고급 의료 소모품과 인공호흡기, MRI 장비 등 고액 의료 장비의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
크레디트스위스가 지목한 또 다른 수혜자는 건강식품 분야다. 이 분야의 현재 시장 가치는 3400억 위안(약 59조750억 원) 규모다. 은행은 “향후 몇 년간 건강식품 분야가 매년 7% 이상 성장할 것”이라며 “중국의 건강식품 시장은 초기 단계지만 장기적으로는 일본과 한국 등 이웃 선진국의 추세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