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버핏 회장이 이날 90세 생일을 맞이한 가운데 버크셔는 일본 주요 무역회사 5곳에 투자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버크셔는 성명에서 “지난 1년에 걸쳐 이토추와 마루베니, 미쓰비시상사, 미쓰이물산, 스미토모상사 등 일본 주요 무역회사 5개사의 지분을 각각 5% 이상 사들였다”고 밝혔다. 28일 종가 기준으로 버크셔가 매입한 일본 무역회사 5곳의 지분 가치는 총 62억5000만 달러에 달한다.
종합상사인 이들 기업은 에너지와 금속, 음식, 직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출입을 주도한다. 일본 경제 성장의 주역이었지만, 글로벌 입지를 확장하면서 치열해진 경쟁 탓에 사업전망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이다. 그러나 버크셔는 “앞으로 이들 회사 주식을 각각 최대 9.9%까지 늘릴 예정”이라며 장기 투자할 것임을 강조했다. 버핏은 “버크셔가 일본과 5개 기업의 미래에 함께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구순 생일에 공개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통해 다시 한번 버핏의 신념이 나타났다고 CNBC는 평가했다. 버핏은 주식을 사서 오래 보유하는 것으로 정평이 났다. 코카콜라와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무디스 등의 주식을 들고 있는 기간만도 수십 년이 넘었다.
이와 관련 버핏은 90세 생일을 기념하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자신의 투자 철학인 ‘복리의 마법’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나는 오랫동안 ‘므두셀라 기법’이라는 것을 권유했다”고 입을 열었다. 므두셀라는 구약성서에서 969년을 살았다고 나오는 인물로, 버핏은 오랜 시간 안정적이고 짭짤한 투자 수익을 내는 곳에 돈을 묵혀두는 가치투자의 핵심을 므두셀라에 비유한 것이다.
앨리스 슈뢰더의 버핏 회장 전기인 ‘눈덩이(The Snowball)’에 따르면 버핏은 아주 어렸을 때 돈이 불어나는 원리를 간파했다. 10세 때 읽은 “1000달러 만드는 방법”이란 책을 통해 시간의 중요성을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고작 1000달러에 불과한 돈을 수익률 10%에 복리를 적용하면 5년 뒤 1600달러, 10년 뒤 2600달러, 25년 뒤 1만800달러, 50년 뒤 11만7400달러로 불어난다는 계산이다. 어린 버핏이 숫자가 복리로 늘어나는 것을 마당에서 눈덩이를 굴릴 때와 같은 방식으로 생생하게 연상한 것이다.
20세부터 복리에 대한 버핏의 믿음은 자동반사적이었다.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3만1500달러의 자택을 사면서도 그 돈이 나중에 100만 달러가 될 것이라는 점에 “허튼짓을 했다”고 중얼거렸다. 이발하면서도 “여기에 ‘30만 달러’를 써야 하나”라고 한탄했다. 푼돈처럼 보여도 투자와 시간이 결합하면 나중에는 막대한 가치가 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WSJ는 버핏의 오랜 투자 세월이 주는 또 하나의 교훈으로 유연성을 지목했다. 그가 나이 들면서도 과거의 투자 방식에 집착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수십 년 전, 버핏은 주로 싼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수익을 냈다. 농기구 생산업체 뎀프스터밀과 지도 제작회사 산본맵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현재 버크셔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비중이 많은 곳은 IT 공룡인 애플이다. 버핏은 자신이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술주를 외면해오다가 자세를 바꿨다. 버크셔가 보유한 애플 주식 가치는 지난주 1230억 달러까지 늘었고 이는 총투자액의 24%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