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40기 규모 발전용량에 해당하는 발전설비가 한 여름에 '개점 휴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불황과 긴 장마 탓에 냉방수요가 감소하면서 전력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25일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에 따르면 올여름 최대전력수요는 지난 20일 기록한 87.0GW(기가와트)로, 이날 공급 예비력은 11.6GW, 설비 예비력은 40.9GW를 기록했다. 올여름 최대전력은 작년 여름 90.3GW(8월 13일)보다 3.3GW가량 감소했고, 공급 예비력은 작년(6.1GW)보다 배 가까이 증가했다.
공급 예비력은 고장이나 예방정비에 들어가 정지한 발전기를 제외하고 즉시 가동할 수 있는 발전설비 용량에서 최대 전력수요량을 뺀 것으로, 이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발전설비가 남아돈다는 의미이다.
수요는 줄었지만 올여름 전력 설비 용량은 작년 여름보다 약 6.7GW 늘었다. 원전 신고리 4호기(1.4GW), 신재생에너지(2.8GW) 등 신규 발전설비가 가동되면서 전체 발전 설비용량이 작년 여름 121.1GW에서 올여름 127.8GW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 있는 총 발전설비(127.8GW) 중 전력수요가 가장 많은 시간에도 가동되지 않은 발전설비의 용량을 말하는 설비 예비력은 40.9GW를 기록해 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원전 1기 발전용량이 1GW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원전 40기에 해당하는 발전용량이다.
문제는 전기가 남아도는 것도 상당한 고정비용을 지불해야 하므로 국가적 낭비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예비력이 너무 높아 전국에 가동되지 않는 유휴발전소가 많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 수립 중인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좀 더 효율적인 전력수급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