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LCC) 자본확충, 엇갈린 희비…제주ㆍ진에어만 웃었다

입력 2020-08-20 14:23 수정 2020-08-2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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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회사 지원 여부에 성패 판가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유동성 위기를 맞은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자본 확충에 나섰으나 결과에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유상증자를 위해 18~19일 이틀간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청약이 흥행했다.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 청약 후 발생한 실권주 120만 주에 대한 일반 청약 경쟁률이 79.87대 1을 기록했다. 모집액 148억 원의 88배인 약 1조3000억 원이 몰렸다. 12~13일 진행한 우리사주조합 및 구주주 청약에서는 청약률 90.11%를 기록했다.

제주항공의 최대주주인 AK홀딩스가 배정 물량 전량을 소화하면서 유상증자에 힘을 실은 덕분이다. 2대 주주인 제주특별자치도 또한 제주항공 설립 이후 처음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약 40억 원 규모로 참여했다.

청약 흥행으로 제주항공은 1500억 규모의 자금을 확보해 코로나19로 악화한 재무상황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제주항공은 이를 차입금 상환과 운영 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반면 티웨이항공은 최대주주인 티웨이홀딩스의 청약 참여율 저조로 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중단됐다. 19일 티웨이항공은 유상증자 결정 철회로 인한 공시 번복에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이에 2500만 원의 공시위반 제재금을 물게 됐다.

티웨이항공은 유동성이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는 18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회사의 유동성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다”고 직원들을 다독였다. 정 대표는 “주변 환경이 조금씩 개선될 때 새롭게 자금 확충 방안을 준비하는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에어는 1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앞두고 있다. 최대주주인 한진칼의 유상증자 참여 결정으로 순탄한 진행이 예상된다.

에어부산은 1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다가오고 있으나 상환 여력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10월 운영 자금 마련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1년이 지나 만기가 도래했다.

일반적으로 회사채 상환을 위해서는 차환 발행을 하거나 자체 현금을 활용한다. 에어부산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분기 기준 152억 원인 데다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모회사에 손을 벌리기도 쉽지 않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30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500억 원을 에어부산에 지원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진행 중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이에 대해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최근 금호산업과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놓고 대면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재차 에어부산을 지원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모회사의 지원 가능 여부에 따라 자본 확충의 성패가 갈리는 모양새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진에어에 대해 “국내 최대 항공사가 계열사여서 위기 극복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자본 확충에 성공했더라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안심할 수는 없다. 김 연구원은 “코로나19 종료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커 장기화 시 추가적인 자본 확충 혹은 정부 지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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