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송파구에 거주 중인 A씨(33)는 요즘 빌라(연립주택) 매입을 고민 중이다. 직장생활 6년 차인 그는 지난해부터 아파트를 사려고 알아봤지만, 값이 너무 올라 포기한 지 오래다. 하지만 최근 직장 근처 오금역(지하철 3ㆍ5호선 환승)과 방이역(5호선) 인근 빌라 시세를 알아보면서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아파트로 집중되면서 실수요에 투자수요까지 빌라시장으로 몰려 몇 달 사이에 1000만 원 단위로 가격이 오르고 있어서다.
주택시장에 신용대출까지 흘러들면서 3040세대를 중심으로 한 ‘패닉 바잉'(공황 구매)이 멈추지 않고 오히려 확산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잇따른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옥죄고 있지만, 대내외 요인으로 신용대출금리가 주담대 금리보다 낮아지면서 매수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당분간 신용대출 금리 역전은 계속될 전망이어서 아파트는 물론, 다세대·연립주택 구매는 계속될 전망이다.
◇3040 주택 매매, 서울 거래량 절반 차지…아파트 이어 빌라 몸값도 껑충
1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30대의 서울 주택 거래 건수는 4810건으로 전달(2086건)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40대 역시 4558건으로 전달(2254건)보다 급증했다. 전체 거래량에서 304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8%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지난달 서울아파트 거래량은 9530건으로 지난해 7월 8815건보다 여전히 높았다. 아파트 패닉 바잉에 이어 빌라와 다세대주택 등 전체 주택까지 패닉 바잉 조짐을 보인 셈이다.
3040세대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투자수요까지 몰리면서 다세대·연립주택 가격도 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송파구 삼전동 월드컵파크빌 전용면적 68.41㎡형은 지난달 23일 4억5300만 원(3층)에 매매됐다. 불과 20일 전에 거래된 가격(4억1000만 원ㆍ5층)보다 4300만 원 올랐다. 송파구 오금동 S공인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최근 모두 크게 오르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를 찾는 수요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다세대·연립주택 가격 상승세는 서울 외곽지역에서도 확인됐다. 서울 강서구 염창동 덕수빌라는 지난 2월 전용 60㎡형이 3억5000만 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같은 평형이 3000만 원 오른 3억8000만 원에 팔려나갔다.
◇주담대보다 낮은 신용대출 폭증…다세대ㆍ연립주택 구매 이어질 듯
다세대·연립주택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은 정부의 아파트 위주 규제를 피한 부동산 시장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모두 몰린 데다 풍부한 유동성까지 더해진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주담대 금리가 신용대출 금리보다 더 높은 금리 역전 현상까지 발생해 당분간 신용대출액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커졌다.
17일 기준으로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신용 대출 잔액은 121조4884억 원으로 이달 들어서만 1조3000억 원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가계 대출 잔액은 지난 6월보다 한 달 만에 7조6000억 원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3조7000억 원 늘어났다. 이는 2004년 이후 7월 기준 사상 최대 증가치다.
당장 신용대출을 줄일 수 없는 만큼 부동산시장 활황은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사 위험관리를 위해선 대출을 줄이는 게 맞지만, 코로나19와 은행 간 경쟁으로 대출을 줄이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역시 신용대출 급증과 관련해 “(대출 규모를) 억제하긴 어렵다”고 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현재 자금 유동성이 풍부한데다 우리나라 현 경제 사정상 저금리 상황이 지속할 수밖에 없다”며 “저금리 국면이 계속되면 부동산 투자자들은 제2금융권 대출까지 이용할 것인데, 이는 결국 정부가 더는 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주니 3040세대가 대출로 집을 사들이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