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레드불 창업주의 손자인 오라윳 유위티야는 2012년 9월 3일 새벽 자신의 페라리를 몰고 가다가 경찰 오토바이와 부딪히자 그대로 달아났다.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경찰은 사망했다. 당시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기름의 흔적을 따라 오라윳의 집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앞부분이 파손된 페라리를 발견했다. 오라윳은 시속 177km로 과속을 하다가 사고를 냈으며 혈중알코올농도가 0.065%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라윳은 과속과 뺑소니, 부주의한 운전 등 5개 혐의를 받아 구속됐다. 하지만 그는 체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50만 바트(약 1905만 원)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그 후 오라윳은 아프다거나 해외 출장 중이라는 핑계를 대고 8차례나 법정 출두를 거부하다가 2017년 4월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외국으로 도피했다. 현재 인터폴이 국제 수배 명령을 내린 상태이지만 그의 소재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여기에 수사 과정에서 오라윳에게 마약 성분이 검출됐는데도 경찰은 “치과 치료를 위한 성분”이라며 기소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공분을 샀다. 오라윳에게 유리한 증언을 내놓은 증인 중 한 명이 오토바이 사고로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배후에 그가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태국 국민의 분노는 지난달 검찰의 불기소 처분 소식이 알려지며 정점에 달했다. 재산 규모가 617억 바트(약 2조3540억 원)에 달해 태국 내 2위 부호로 꼽히는 유위티야 일가의 상속인이라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이라는 비난이 들끓으며 민심은 크게 동요했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까지 나서서 직속 진상조사위를 구성했지만, 여전히 국민들은 검찰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에 태국에선 레드불 불매운동이 한창이다. 태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번 불기소는 태국 관료들의 면책 문화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사안”이라며 ‘#레드불 불매(#BoycottRedbull)’라는 해시태그가 퍼지고 있다. 에카차이 체누바티 방콕 시암대학교 법학 교수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 간에 서로 다른 법적 기준이 있다는 여론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오라윳의 가족은 레드불 글로벌 사업부 지분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다. 레드불은 작년에만 171개국에서 75억 캔을 판매했다. 오라윳 가족이 소유한 사업부에는 부동산과 레스토랑, 와이너리를 비롯해 태국 유일의 페라리 공식 공급업체 등이 포함돼있다.
태국 레드불을 소유한 모기업 TCP그룹은 “오라윳이 TCP그룹에서 어떠한 직책도 맡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TCP는 “오라윳의 삼촌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며 “오라윳의 아버지는 운영에서 손을 뗐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라윳은 주주도 아니다”며 “이번 사건은 오라윳 개인의 문제”라고 거리를 뒀다. 하지만 그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기 전까지는 논란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