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영화관이 최악의 영업 상황을 맞은 가운데 최근 줄줄이 대작이 개봉되며 관람객을 회복하는 모양새다. 휴가철에 유례없는 긴 장마가 겹치면서 바캉스 대신 시원하고 쾌적한 극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늘어난 점도 한 이유로 꼽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4월 97만 명이던 전국 영화 관람객 수는 5월 153만 명, 6월 386만 명으로 서서히 오름세를 보이던 중 7월에는 562만 명으로 치솟았다. 이는 4월과 비교해 5.8배 늘어난 수치다. 특히 여름휴가 피크 기간인 이달 8일 하루에만 전국 극장 관객 수가 73만 명으로 집계돼 통상 여름시즌 주말 관광객 100만~160만 명의 절반 이상 수준을 회복했다.
영화관 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유례없는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다중집객이용시설 기피에 따라 영화관을 찾는 이들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극장 휴업 요청에 따라 해외 사업이 부진했고, 흥행 저조를 우려한 대작들도 줄줄이 개봉을 연기했다.
CJ CGV는 올 2분기 매출 416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 4819억 원에 비해 91.4% 줄어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관람객은 줄었어도 고정비는 그대로 지출되면서 1305억 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다. 2분기 관람객 수는 636만 명으로 전년 동기(5425명)에 비해 무려 88.2% 떨어졌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컬처웍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 2분기 매출이 3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1780억 원) 82.2% 급락했다. 이는 올해 1분기 1340억 원에 비해서도 64.6% 줄어든 수치다. 영업이익으로는 51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쇼핑 측은 “코로나로 관람객이 감소했고, 대형 작품 미개봉까지 이어지면서 매출이 줄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경계 단계에서 ‘위드 코로나’ 시대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마스크 쓰기와 거리 유지하기 등 생활방역이 자리 잡기 시작한 6월을 기점으로 영화관 업계에 서서히 훈풍이 불고 있다. 6월부터 객수 회복 분위기가 역력한 가운데 여름이 시작되면서 무더위를 피해 극장을 찾는 관객도 늘고, 이들을 겨냥해 대작들이 줄줄이 개봉하기 시작했다.
실제 6월에는 송지효, 김무열 주연의 ‘침입자’와 신혜선, 배종옥이 출연한 ‘결백’, 유아인과 박신혜가 출연한 ‘살아있다’가 개봉하면서 물꼬를 텄고, 7월에는 강동원과 이정현이 주연한 ‘반도’와 정우성, 곽도원의 ‘강철비2:정상회담’이 상영되기 시작했다. 6일 기준 ‘반도’는 359만 명, ‘강철비2’는 134만 명의 전체 관람객을 기록 중이며, CGV의 7월 관람객은 지난해 대비 30% 수준인 293만 명까지 올랐다.
8월 이후엔 영화관 업계의 회복 기대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5일에는 황정민과 이정재, 박정민이 출연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개봉했고, 12일에는 엄정화, 박성웅의 ‘오케이! 마담’이 상영을 시작했다. 19일에는 곽도원의 ‘국제수사’가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9월에는 디즈니의 실사 영화 ‘뮬란’이 국내에서 공개된다.
업계 관계자는 “5월부터 관객이 서서히, 그리고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특히 무더위와 장마가 이어진 7월부터 관객 증가세가 두드러졌고, 대형 영화의 잇단 개봉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