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11일로 49일째 이어지며 역대 최장기간 기록을 세우면서 올해 에어컨 판매량에도 제동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른 무더위에 되살아나는 것 같던 국내 에어컨 시장은 긴 장마에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11일 가전 업계에 따르면 역대 최장기간 장마에 올해 에어컨 판매량이 250만 대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에어컨 판매량의 절반이 7~8월에 집중돼 있는데, 장마철 직격탄을 맞으면서 판매량이 감소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국내 에어컨 시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주춤했다가 일일 확진자수 감소와 정부의 으뜸효율 환급 사업으로 판매가 증가했다. 또 6월 초부터 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6월 삼성전자 에어컨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5%, LG전자는 20% 증가하기도 했다.
국내 에어컨 판매는 2016년 200만 대를 기록한 이후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연속 250만 대를 기록했다. 올해도 이른 무더위 탓에 4년 연속 250만 대 규모로 업계는 추정해 왔다.
그러나 예상 밖의 긴 장마 탓에 4년간 1000만 대 시장 규모 달성은 어려워지게 됐다. 중부지역은 지난 6월 24일 장마가 시작돼 이날까지 49일간 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장마는 이달 중순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여 하루 뒤인 12일에는 50일로 단독 최장 기록을 세우게 된다.
전자랜드가 6월 24일부터 8월 10일까지 집계한 에어컨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 역성장했다. 이마트와 롯데하이마트의 7월 에어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G마켓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감소하는 등 온라인 마켓에서의 매출 감소 폭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장마가 끝나도 에어컨 판매량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장마 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라도 에어컨 판매 기간이 짧아 에어컨 구매 수요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전회사들은 에어컨에 공기청정기와 히터 기능 등 부가기능을 확대하며, 소비자가 에어컨을 사계절 가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성능을 강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계절가전인 에어컨의 활용도를 높여 계절에 구애받지 않는 생활가전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제습기, 의류관리기, 건조기 등 장마철에 수요가 높은 가전제품의 판매를 확대해 에어컨 매출 감소분을 상쇄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6~8월은 에어컨 판매량 비중이 7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큰 메인 시즌이다. 장마철은 에어컨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라며 “다만, 올해 윤달이 있어서 한 달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비는 오지만 후덥지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주에 장마가 끝나면 한 번 더 에어컨 수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