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채권단이 제시한 계약 이행 기한(11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9일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금호산업의 대면협상 제의를 수락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 인수합병이 극적으로 타결될 수 있을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대면협의가 재개될 전망이지만 현산의 ‘재실사 요구’와 금호산업채권의 ‘계약 이행 촉구’ 주장이 워낙 팽팽히 대립하고 있어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2분기 1000억 원이 넘는 흑자를 내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한 게 매각성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산은 9일 보도자료를 내고 "금호산업이 인수상황 재점검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지금부터라도 인수인과 매도인이 만나 협의를 조속히 진행하자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금호산업의 대면 협의 제의를 수락했다.
현산은 "이를 위해 양사 대표이사 간의 재실사를 위한 대면 협상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금호산업이 제안한 대면협상을 대표이사간 대면협상으로 보다 구체화해 역제안한 셈이다.
현산은 협상 일정과 장소 등 구체적인 사항에 관해서는 금호산업의 제안을 최대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현산은 "인수거래를 종결하고자 하는 의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며 "금호산업이 당사의 제안을 적극적인 자세로 받아들일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와 도약을 위해선 현산의 인수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금호산업이 재실사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말했다.
앞서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오는 11일을 계약 이행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다. 다음날인 12일부터는 금호산업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러시아를 끝으로 해외 기업결합신고가 완료돼 거래 종결을 위한 선행 요건이 충족됐다는 것이 금호산업과 채권단의 주장이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현산에 인수 의지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대면 협의를 거듭 촉구한 바 있다.
반면 현산은 아직 선행 조건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보고 12주간의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단 현산이 금호산업의 대면 협의 제안을 수락한 만큼, 두 회사 대표이사간의 만남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주목된다.
다만 현산의 재실사 요구는 그대로인 만큼, 양측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다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 무산 사례처럼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도 무산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제주항공은 거래 종결 시한(7월 15일) 다음날인 지난달 16일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 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히고, 이후 일주일 뒤인 지난달 23일 계약 해지를 공식 통보했다.
금호산업은 내부적으로 매각 무산에 대비해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애초 세웠던 자금 운용 계획을 수정하고, 다른 자금 조달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채권단은 채권단 주도의 경영 관리 방안을 마련 중이다.
결국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결단에 달렸다는 게 업계 안팎의 판단이다. 정 회장은 지난주 휴가중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비롯한 경영 구상에 몰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2분기 깜짝 실적을 낸 것이 매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쏠린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151억 원을 기록해 6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이번 깜짝 실적은 여객수요 감소에도, 화물 운송 사업을 주력하며 얻은 결과다. 코로나19 사태로 인건비 등 영업비용(56% 감소)을 줄인 데다, 유휴 여객기를 활용해 화물 운송에 집중하면서 전년 동기보다 화물부문 매출을 95%나 높였다.
그동안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망설인 것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가 주된 이유였던 만큼 이번 호실적이 현산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