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진행된 상황으로 봐선 매각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업계 안팎의 전망이다. 재실사를 요구하는 현산과, 현산의 계약 이행 및 대면 협의를 촉구하는 금호산업·채권단 사이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까닭이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2분기 1000억 원이 넘는 흑자를 내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한 게 매각성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9일 재계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오는 11일을 계약 이행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다. 다음날인 12일부터는 금호산업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러시아를 끝으로 해외 기업결합신고가 완료돼 거래 종결을 위한 선행 요건이 충족됐다는 것이 금호산업과 채권단의 주장이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현산에 인수 의지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대면 협의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반면 현산은 아직 선행 조건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보고 12주간의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어 결국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 무산 사례처럼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도 무산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제주항공은 거래 종결 시한(7월 15일) 다음날인 지난달 16일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 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히고, 이후 일주일 뒤인 지난달 23일 계약 해지를 공식 통보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현산 측의 별다른 입장 변화가 없는 한 금호산업은 오는 12일 계약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재차 통보하고 이후 채권단과의 협의를 거쳐 계약 해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금호산업은 내부적으로 매각 무산에 대비해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애초 세웠던 자금 운용 계획을 수정하고, 다른 자금 조달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채권단은 채권단 주도의 경영 관리 방안을 마련 중이다.
결국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결단에 달렸다는 게 업계 안팎의 판단이다. 정 회장은 지난주 휴가중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비롯한 경영 구상에 몰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2분기 깜짝 실적을 낸 것이 매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쏠린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151억 원을 기록해 6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이번 깜짝 실적은 여객수요 감소에도, 화물 운송 사업을 주력하며 얻은 결과다. 코로나19 사태로 인건비 등 영업비용(56% 감소)을 줄인 데다, 유휴 여객기를 활용해 화물 운송에 집중하면서 전년 동기보다 화물부문 매출을 95%나 높였다.
그동안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망설인 것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가 주된 이유였던 만큼 이번 호실적이 현산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