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시장에서 기존의 전셋집을 보증부 월세로 전환하는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제와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를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에 따른 여파다.
월셋집이 급증하며 임대료가 올라가자 정부는 월세가격도 잡겠다고 나섰다. 임대차 3법이 전월세 시장을 안정화시킬 거라던 낙관적 태도와는 모순된 행보라는 지적이다. 임대차 3법에 반대하는 여론도 높은 상황이어서 난관이 예상된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신림동 동부아파트 전용면적 60.38㎡형은 최근 보증금 6500만 원에 월세 100만 원으로 세입자를 들였다. 직전 월세 거래인 보증금 1억 원에 임대료 63만 원에서 껑충 뛴 가격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벽산아파트 전용 75.03㎡형은 지난달 28일 보증금 3000만 원에 임대료 80만 원으로 보증부 월세 계약을 체결했다. 이 역시 직전 거래인 보증금 9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보다 임대료가 치솟았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아파트 보유세(종합부동산세)가 오르고 계약갱신청구제와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되다보니 기존에 내놓은 전셋집을 월세로 돌리려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세입자 입장에서는 어쨌든 살집을 찾아야하니 임대료가 올라가도 낼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임대차 3법 도입이 예고되면서 전월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6월 전월세 거래는 총 18만7784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월세는 7만9264건으로 42.2%를 차지했다.
전월 대비 1.6%포인트(p), 전년 동월 대비 2.8%p 각각 상승한 규모다. 월세 거래 7만9264건은 1년 전보다 44.4% 급증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임대차 3법 시행 여파로 이 같은 월세 거래의 우상향 곡선이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세입자들은 평생 월세살이로 전락하게 됐다고 아우성이다.
리얼미터가 개정 임대차보호법에 대한 의견을 4~5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반대가 49.5%로 찬성(43.5%)보다 높게 나타났다.
수도권에서는 반대가 50.0%, 찬성이 40.3%로 격차가 10%p 가까이 벌어졌다. 수도권의 경우 자가 소유자의 반대가 55.9%로 찬성(36.5%)을 압도했다.
비수도권에서도 반대하는 입장이 49.0%로 찬성(46.7%)한다는 의견을 웃돌았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도에 ±3.1%p 수준이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이번 주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7% 올랐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해 58주 연속 오름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월세가격을 잡겠다고 나서는 모양새다. 전세에서 월세로 돌릴 때 적용되는 전월세전환율을 하향하겠다고 방침을 잡았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기준금리에 비해서 플러스 되는 3.5%가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어 전월세전환율을 낮출 생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임대인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꾸는 것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즉각 호응했다.
당정에서는 현재 4%인 전월세 전환율을 2%대로 낮추고 권고가 아닌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전월세전환율보다 비싼 월세를 받을 경우 최대 2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런 움직임은 당초 정부의 입장과는 결이 다른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무리한 임대차 3법 강행이 전월세 가격을 들썩일 것이라고 이미 예고해왔다.
국토부는 이에 반발하며 “임대차 3법의 시행으로 전월세 시장은 안정될 것”이라고 홀로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전세에서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국토부는 올해 하반기 수도권 하반기 아파트 입주 예정물량이 약 11만 가구로 예년(2015~2019년 9만4000호) 대비 17.0% 많아 전세 수급전망이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임대차 3법을 소급 적용해 2년간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4년 후 전세가격도 급등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즉각 부작용이 나타나자 또다시 규제카드를 꺼내는 모습은 모순됐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임대차 3법이 임차인 보호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서도 “4년치 임대료 인상분이 한꺼번에 오르고, 임대차 공급 주택이 부족해지고, 보증부 월세 계약이 증가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