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입차 판매량이 올해 3월 이후 처음으로 2만 대 아래로 내려갔다. 수입차를 사려는 사람은 많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업계가 판매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판매량 감소로 이어졌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7월 국내에 1만9778대의 수입차가 신규 등록됐다고 5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만9453대)보다 1.7% 늘었지만, 2만7350대가 판매된 전월(6월)보다는 27.7% 감소한 수치다.
브랜드별 등록 대수는 메르세데스-벤츠가 5215대로 1위를 차지했고, BMW 3816대, 아우디 2350대, 폭스바겐 1118대, 쉐보레 1106대, 볼보 1069대 등이 뒤를 이었다.
대부분 브랜드 판매가 전월보다 줄었다. 메르세데스-벤츠 판매량이 6월보다 32% 줄었고, △BMW -6.2% △아우디 -30.9% △폭스바겐 -14.5% △쉐보레 -14.4% △볼보 -3.7% △미니 -51.7% 등도 판매량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다만, 한국 시장 철수를 앞두고 재고 처분에 나선 인피니티만큼은 전월보다 판매량이 111% 늘었다.
올해 들어 수입차 판매량은 3월에 2만304대를 시작으로 △4월 2만2945대 △5월 2만3272대 △6월 2만7350대로 4개월 연속 2만 대 선을 넘었다. 하지만, 7월에는 월 판매량이 다시 1만9000대 선으로 내려갔다.
꾸준하던 판매량이 주춤한 데에는 업계의 물량확보 지연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수입차 업계는 3개월가량의 판매 물량을 미리 확보해 놓는데, 3월부터 코로나19가 본격화하며 해외 생산 공장을 가동하지 못한 탓에 국내 법인의 물량 확보가 지연됐다. 그 여파가 7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셈이다.
업계의 해외 생산 공장이 두 달가량 가동에 차질을 빚은 점을 고려하면 물량확보 지연에 따른 판매량 감소는 내달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판매 수요 자체가 떨어지진 않은 만큼, 물량이 확보되면 이전 수준의 판매량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있던 재고를 지난달에 모두 소진한 상태라 다음 달 판매량은 더 떨어질 예정"이라며 "현지 공장이 생산을 재개했고 물량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어서 9월 이후부터는 기존 판매량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GM, FCA,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르노 등이 코로나19로 생산을 멈췄던 공장을 6월 말부터 100% 가동하기 시작했다. 국내 수입차 업계도 현지 공장이 가동을 재개한 뒤 곧바로 물량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7월부터 개별소비세 인하 폭을 축소한 점은 결정적인 영향을 주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 변화로 인한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수입차를 구매하려는 고객의 선택에 큰 영향은 주지 못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달 판매된 수입차를 국가별로 따져보면 유럽 브랜드가 1만5842대로 80.1%를 차지했고 △미국 2322대(11.7%) △일본 1614대(8.2%)가 뒤를 이었다. 일본 브랜드 점유율은 전년보다 39% 줄었고, 미국은 39% 늘었다.
연료별로는 가솔린 1만161대(51.4%), 디젤 5602대(28.3%), 하이브리드 3375대(17.1%), 전기 640대(3.2%) 순이었다.
지난달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 E 300 4MATIC으로 총 844대가 팔렸다. 그 뒤를 폭스바겐 Tiguan 2.0 TDI(663대), 메르세데스-벤츠 E 250(610대)이 이었다.
임한규 KAIDA 부회장은 “7월 수입 승용차 신규등록은 일부 브랜드의 물량 부족과 개별소비세 인하 요율 변동 등으로 전월 대비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