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경차 인기’라는 등식이 깨지면서 거꾸로 대형차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은 더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수입차협회의 올 상반기 판매 통계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IMF 외환위기가 본격화한 1998년 국내 자동차 판매는 56만8063대에 그쳤다. 115만1287대에 달했던 전년 대비 50.6%나 감소한 규모였다.
이 기간 수입차 역시 1997년 8236대에서 1998년 2075대로 74.8%나 폭감했다. 당시 원ㆍ달러 환율이 2000원까지 치솟으면서 수입차 국내 판매가격이 2배 가까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2008년 리먼 쇼크 당시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2008년 내수 자동차 판매는 95만8854대에 머물렀다. 리먼 쇼크 직전이었던 전년(98만6416대) 대비 2.8% 감소한 규모였다.
이렇게 전체 자동차 시장이 소폭 감소한 가운데 수입차 판매는 오히려 증가했다. 물론 시장 점유율도 상승했다.
2008년 수입차 판매는 6만1648대로 전년 5만3390대 대비 15.4%나 증가했다. 내수 자동차 시장이 위축됐음에도 수입차 시장은 차종 다양화를 앞세워 꾸준히 인기를 끈 셈이다.
이 무렵부터 수입차 시장이 차종 다양화에 나선 덕이기도 하다. 대배기량 고급차에 집중됐던 수입차 시장은 2000년대 후반부터 국산차와 경쟁할 수 있을 만큼, 합리적인 가격대를 앞세운 다양한 차들이 등장했다.
경기 위축기 속에서도 수입차 판매가 약진한 것은 올 상반기(1~5월) 역시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올 상반기(1~5월) 수입차 판매는 10만886대에 달해 내수시장 점유율 16.1%를 기록했다. 지난해 수입차 연간 점유율 15.9%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다. 불황기에 값싸고 유지비가 저렴한 차가 잘 팔린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사라진 셈이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비싼 수입차가 불황기에 잘 팔리는 것은 여러 가지 배경이 복합적으로 맞물렸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수입차들이 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 예컨대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를 더 크게 누리기도 한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작년과 올해 국산차 메이커가 대대적인 신차 출시 효과를 누린 것처럼 수입차 업계는 하반기에 신차 효과가 시작한다”라며 “메르세데스-벤츠가 플래그십 S-클래스를 준비하고 있고, 상반기에 위축된 현지공장 셧다운 여파로 감소했던 수입물량이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