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기<사진>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2일 새벽 숙환으로 타계했다. 향년 80세.
1940년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난 임 회장은 1965년 중앙대 약대를 졸업했다. 이후 1967년 서울 동대문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연 ‘임성기 약국’을 시작으로 1973년 한미약품을 창업했다.
임 회장은 ‘한국형 연구·개발(R&D) 전략을 통한 제약강국 건설’이란 꿈을 품고 48년간 한미약품을 이끌었다. 일찌감치 R&D에서 회사의 미래를 읽은 그는 개량신약과 퍼스트 제네릭 개발에 집중하며 신약 개발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이 같은 전략으로 한미약품은 2009년 국내 제약업계에서 처음으로 개량신약 개발에 성공했다. 2009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고혈압 복합치료제 ‘아모잘탄’은 ‘아모잘탄 패밀리’로 확대, 연매출 1000억 원이 넘는 초대형 품목으로 성장했다.
개량신약으로 쌓은 기술력은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로 이어졌다. 한미약품은 2011년 미국 아테넥스에 독자적 플랫폼 기술 ‘오라스커버리’를 기술수출, 아테넥스는 이를 적용한 경구용 항암신약 ‘오락솔’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준비하고 있다. 2012년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임 회장은 2015년 국내 제약업계의 글로벌 기술수출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총 8조 원 규모에 달하는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 가운데 다수의 계약이 해지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그는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아낌없는 R&D 투자를 이어갔다. 임 회장의 뚝심을 바탕으로 한미약품은 30여 건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연 매출 1조 원대 회사로 성장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송영숙 씨와 아들 임종윤(한미사이언스 대표)·임종훈(한미헬스케어 대표) 씨, 딸 임주현 씨(한미약품 부사장)가 있다. 장례는 고인과 유족의 뜻에 따라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른다. 발인은 6일 오전이다. 유족 측은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한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