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언택트) 수요 확대가 반도체 실적 증가로 이어졌다. 게다가 스마트폰과 TV도 코로나 충격이 예상보다는 크지 않았고, 디스플레이 부문의 일회성 이익까지 반영되며 시장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삼성전자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저력을 과시했지만,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하반기 실적은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2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5조4300억 원은 2018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들어 서버 D램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고 코로나19 발발 이후 재택근무, 화상회의 등 비대면 수요 확대로 반도체 사업은 탄탄했다.
이날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하반기 모바일과 그래픽 수요 증가로 반도체 수요는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신규 게임 콘솔 출시에 따른 그래픽 수요가 매우 견조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버 수요는 상반기보다 다소 감소할 것"이라면서 "다만 급격한 수급 변동을 야기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재고 수준을 지속 파악하면서 긴밀한 소통으로 서버수요 예측 정확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 부문은 영업이익은 1조9500억 원, 매출은 20조7500억 원을 냈다. IM 부문 영업이익은 1분기(2조6500억 원)보다는 1조 원 가까이 줄었지만, 작년 동기(1조5600억 원)보다는 약 4000억 원 많다.
스마트폰 출하량이 기대치를 상회했고, 코로나 영향으로 마케팅 비용이 대폭 줄면서 예상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 영향으로 스마트폰 판매량과 매출이 전 분기보다 하락했으나 마케팅비 절감 등 비용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견조하게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이 회복되는 가운데 갤럭시Z폴드2, 갤노트20 등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연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6월을 기점으로 스마트폰 수요가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시장 수요 회복기와 연말 성수기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5G와 폴더블이 단말 교체 수요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8월 5일 갤럭시 언팩을 진행하는데 갤노트 신모델은 엔터테인먼트와 생산성을 더 극대화했고, 폴드는 혁신 폼팩터를 더 진화시켰다"고 설명했다.
TV·생활가전 등 CE 부문 역시 코로나19로 직접 타격을 받았던 북미, 유럽지역 오프라인 매장이 재개장과 국내 성수기 진입, 프리미엄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 7300억 원, 매출 10조1700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3월부터 미국과 유럽 오프라인 매장이 폐쇄되며 TV와 가전에 대한 온라인 구매 트렌드가 확산했다"며 "하반기도 온라인 판매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판단하고 비대면 판매 경쟁력 높이겠다"고 말했다.
2분기 호실적의 또 다른 공신은 디스플레이 부문(DP)이다. 1분기에 이어 적자가 유력하다고 예측됐으나, 일회성 이익이 반영되며 3000억 원의 흑자를 냈다.
일회성 수익에 대해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아이폰 판매 부진 때문에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수요가 줄어든 데 대해 고객사인 애플이 삼성에 보상금을 약 1조 원 지급했다고 추측한다.
회사 측은 "DP 부문 중소형 패널의 경우 스마트폰 수요는 감소했으나 일회성 수익 발생으로 전 분기보다 이익이 증가했다"며 "대형 패널은 TV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모니터 판매가 확대하며 적자 폭이 소폭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하만은 2분기 영업손실이 900억 원을 기록했다. 소비자 제품의 일부 수요 회복 등으로 전 분기(1900억 원)보다는 적자가 줄었으나, 글로벌 자동차 업황 악화로 적자가 지속됐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DP 부문 일회성 수익 약 1조 원(추정치)을 제외해도 7조 원 이상이라, 애초 예상됐던 코로나 충격은 사실상 없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이같은 '깜짝실적'에도 삼성전자는 축포를 터뜨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업계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대폭 절감했던 마케팅비를 다시 늘려야 하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장기화와 국가 간 갈등 등으로 앞으로도 경영 여건 불확실성은 클 것으로 보인다"며 "어떤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생산과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