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력 생산량이 2006년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제조업 불황이 이어지면서 전력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26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월별 전력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4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전체의 전력 생산량은 738.3TWh(테라와트시)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감소한 수치이자 2006년 1월 이래 1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IEA는 "코로나19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국가별 봉쇄조치와 제조업 불황에 따른 전력 수요 감소로 전력 생산량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전력 생산량은 기업들의 생산 활동을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경기 가늠자'로 여겨지기 때문에 전력 생산량이 최저치로 하락한 것은 그만큼 경기 침체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에너지원별 발전량을 살펴보면 석탄과 원자력 등 전통적인 발전원들의 감소 폭이 눈에 띈다.
올해 4월 OECD 회원국의 석탄 발전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0% 줄었으며 원자력과 천연가스는 각각 7.5%, 6.4% 감소했다. 반면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같은 기간 3.2% 증가했다.
한국 역시 4월 한 달 전체 발전량이 41.2TWh에 머물며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천연가스 발전량(9.5TWh)이 큰 폭(-19.5%)으로 줄었다.
전력 수요 감소와 저유가 장기화로 인해 여러 발전원 중 상대적으로 비싼 천연가스가 급전 순위(가격이 싼 에너지원부터 사용해 전기를 공급하는 것)에서 밀리면서 발전량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 기간 석탄 발전량은 14.6TWh로 1.7% 늘었으며 원자력(13.0TWh)은 3.3% 줄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3.3TWh)은 31.4% 증가했다.
OECD 회원국의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은 천연가스 26.9%, 원자력 19.1%, 석탄 16.5%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35.2%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석탄(35.5%)과 원자력(31.7%)이 전체 발전량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며 여전히 핵심 에너지원으로 쓰였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8.1%에 불과해 OECD 회원국들과 큰 격차를 보였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그린뉴딜을 비롯해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발전 믹스는 여전히 석탄·원전 의존도가 높은 것이 현실"이라며 "저탄소 에너지 구조를 조기에 정착하려면 더욱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