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을 잡을 방법이요? 정부가 부동산을 이슈화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집값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이은형<사진>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파트값 급등세를 진정시킬 방안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여름을 맞아 기온만 치솟은 것은 아니다. 올해 초부터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하던 아파트값이 초여름 무렵부터 지역을 가리지 않고 연일 신고가 행진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12‧16 부동산 대책과 6‧17 대책, 7‧10 대책 등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시장 진화에 나섰지만 집값 급등세를 붙잡지 못하고 있다. 이투데이는 16일 이 연구원을 만나 올해 하반기 집값 전망과 바람직한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 연구원은 올 하반기에도 집값 상승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하반기에도 아파트값은 오를 것”이라며 “상반기에는 코로나19 영향에다 각종 위험 요인에도 집값이 올랐는데 하반기에는 상반기 위험 요인마저 줄면 아파트값은 더 오르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도 집값을 올리는데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장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아파트를 지으면 부동산시장이 안정되겠느냐”며 “지난 이명박 정부 때 '반값 아파트' 만들었던 사례를 참고하면 결국, 강남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아니라 청약 당첨된 소수에게 시세 차익을 몰아주는 식으로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의 매달 쏟아지는 부동산 정책에도 쓴소리를 냈다. 이 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의 집값 폭등은 정권 시작 때부터 집값 안정 대책과 국토 개발 정책을 동시에 추진한 결과”라며 “정부가 공공부문 투자를 계속하는데 이것 역시 집값을 올리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하반기 서울은 물론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집값 상승을 점쳤다. 그는 “수도권과 지방 모두 떨어질 염려가 없다”며 “특히, 부산 해운대구와 대구 수성구 등 핵심지역은 집값이 빠지기 어렵고, 오히려 지방 다주택자는 본인이 잘 아는 연고지 안에서 집을 구매하는 성향이 커 집값이 빠지더라도 조정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연구원은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 발표와 관련해 “사기꾼이 국민을 혹세무민하거나 등쳐먹는 것을 막는 일이 아니라면,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것이 맞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끝으로 “집값을 잡으려면 부동산을 이슈화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라며 “대통령이 부동산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연달아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는 일은 정부가 앞장서서 부동산을 이슈화했다. 이는 가장 큰 실책이다”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2007년부터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서 건설정책과 사업 분석을 맡고 있다. 이 외에도 부동산과 민간투자사업 분야 공공기관 자문위원과 안양시‧의왕시, 서울 지자체 건축·경관·도시계획위원회 위원직을 수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