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 3사(한국토요타ㆍ혼다코리아ㆍ한국닛산)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일제히 급감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여파로 예견된 부진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각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실적이 가장 좋지 않은 곳은 한국시장 철수를 예고한 한국닛산이다. 한국닛산의 2019년도 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매출은 1286억 원으로 전년(2106억 원)보다 38% 줄었다. 2018년 140억 원에 달하던 영업손실은 지난해 422억 원으로 더 확대됐다.
한국닛산의 영업이익은 2015년 226억 원을 기록한 뒤 이듬해부터 적자로 전환했다. 2016년 226억 원, 2017년 79억 원 수준이던 영업손실은 지난해까지 이어졌다.
한국닛산은 올해 말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한 상태다. 지난 5월 한국닛산은 “닛산과 인피니티 브랜드 철수는 세계 시장에서 건전한 수익구조를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본사에서 내린 최종 결정”이라며 “한국닛산의 영업은 12월 말로 끝나지만, 기존 고객을 위한 애프터세일즈(A/S) 서비스는 2028년까지 제공할 예정”이라 밝힌 바 있다.
한국닛산은 감사보고서에도 이를 명시하며 사업 철수 계획을 재확인했다.
이보다 먼저 감사보고서를 발표한 혼다코리아의 상황도 심각했다. 혼다코리아는 같은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지난해 1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8년(198억 원)의 10% 수준에 불과한 실적이다. 4673억 원 규모이던 매출도 3632억 원으로 떨어졌다.
토요타와 렉서스를 판매하는 한국토요타자동차는 그나마 상황이 나았다. 이 회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331억 원으로 전년도 682억 원보다 51%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1976억 원에서 7980억 원으로 3분의 1토막 났다. 실적이 부진했지만, 한국토요타는 219억 원을 본사에 배당하기로 했다.
일본차 3사의 영업익 악화는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불매운동 여파로 판매 부진이 지속했기 때문이다.
일본 브랜드 3사는 지난해 총 3만6661대를 판매하는 데 머물렀다. 전년보다 1만 대 가까이 적은 수치다. 같은 해 상반기에 거둔 호실적이 더 큰 부진을 상쇄했다. 일본 브랜드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도 17%에서 15%로 낮아졌다.
올해 들어서도 부진은 지속됐다.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일본차 3사는 총 1만43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2019년 상반기(2만3482대)와 비교하면 반 토막 난 실적이다. 점유율도 7.8%로 줄었다.
하반기부터는 일본 브랜드가 신차와 할인 혜택을 앞세워 서서히 판매량 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토요타는 2021년형 GR 수프라를, 렉서스는 SUV UX 제품군에 '250h F SPORT'를 새로 선보였고, 혼다는 이달 대표적인 SUV 'CR-V 터보'의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할인 행사와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까지 더해지며 렉서스는 지난달 올해 들어 처음으로 1000대 이상을 판매하기도 했다. 렉서스가 국내 시장에서 월 판매량 1000대를 넘어선 건 1년 만에 처음이다.
다만, 불매운동 이전 수준 판매량을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일본과의 외교적 갈등이 해결되지 않았고,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일본차 판매가 회복세를 보인 건 맞다"면서도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