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까지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을 통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20만5000명가량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공공기관 소속외 인력과 직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2016년 ‘0명’에서 2017년 3524명, 2018년 2만2826명, 2019년 3만2487명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규 채용도 줄지 않았다. 2017년 2만2637명에서 이듬해 3만3900명까지 증가했다가, 지난해 3만3447명으로 3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이 어려운 공공기관 특성상, 급격한 정규직 인력 유입은 인력구조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현장에선 정권마다 추진하는 사업에 따라 많은 인력이 일시적으로 투입되지만, 정권이 바뀌거나 사업이 축소되고 나면 늘어난 인력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례로 산업부 산하 A기관의 경우 앞선 정권에서 추진했던 대규모 사업이 정권 교체 후 없어질 위기에 처한 이후, 인력을 줄일 수 없어 충원된 인원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을 찾아야 했다. 문제는 공격적인 사업 추진 과정이 다른 기관과 관계 악화를 불러왔다는 점이다. 타 기관에선 ‘A기관이 인력 활용을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는 불만이 나왔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전문 분야가 아닌데 인력 활용을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론 인력 적체 심화도 우려된다. 명예퇴직 등의 대안도 사실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산업부 산하에 소속된 한 기관 관계자는 “명예퇴직 제도가 존재하지만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며 “명퇴 대상자들이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임금피크제로 남아 있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행 공공기관 명예퇴직금은 기존 월급 45%에 정년까지 남은 개월 수의 반을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하는데, 이는 임피제로 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낮은 수준이다.
금융권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시중은행들과 비교하면 명예퇴직 금액이 적다는 점이 두드러져 명퇴를 택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더욱 어렵다. 근 2~3년간 금융공공기관과 공기업에서 임피제 대상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시니어 노조들이 잇따라 생겨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인력구조 왜곡에 따른 생산성 저하를 우려한다. 공공부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인 ‘철밥통’ 이미지가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현재 인력 유입 상황이라면 잉여인력들이 많이 생겨날 수밖에 없어 생산성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현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핵심성과지표(KPI)에 포함된 터라 공기업들이 인력구조 고민 없이 정규직을 늘리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금 정규직으로 들어온 이들이 나이가 들면 (조직) 위쪽이 비대해지는데, 이때는 생산성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