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여러 대기업에서 수억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15일 전 전 수석의 뇌물수수ㆍ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벌금 2000만 원과 추징금 2500만 원,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앞서 1심은 뇌물수수 등 혐의에 대해 징역 5년에 벌금 3억5000만 원, 추징금 2500만 원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다만 실형이 선고됐으나 법정구속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전 전 수석이 롯데홈쇼핑에 압력을 가해 e스포츠협회에 후원금 3억 원을 건네도록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를 무죄로 판단했다. 또 기획재정부 공무원에게 e스포츠 활성화 예산을 편성하도록 압력을 가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도 1심을 뒤집고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전 전 수석이 e스포츠 예산 반영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행정부 내의 정당한 의견 제시로 볼 수 있다"며 직권을 남용해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한 범행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전 전 수석이 롯데홈쇼핑 사장에게 500만 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받은 혐의(뇌물수수), e스포츠협회 자금으로 부인의 여행 경비나 의원실 직원들 급여를 지급해 5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업무상 횡령), e스포츠 방송업체 대표로부터 정치자금 2000만 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는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GS홈쇼핑과 KT에 압력을 가해 2억5000만 원을 e스포츠협회에 기부하거나 후원하게 한 혐의는 1심과 같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전 전 수석이 영향력을 가진 e스포츠의 자금을 횡령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은데도 유죄가 인정되는 부분에 대해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