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지 약 2년 만에 재계 중심으로 급부상했다.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앞세워 재계 총수들과 회동을 정례화하는 한편, 정부의 '한국판 뉴딜' 보고대회에는 재계 대표로 직접 나서며 '운신의 폭'을 확대하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14일 청와대의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 재계 대표로 나섰다.
이날 청와대 행사장에 실시간 영상으로 등장한 정 수석부회장은 “미래 친환경차 사업은 국가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므로 반드시 잘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경기도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를 연결한 라이브 영상 속 그는 시종일관 특유의 진지한 표정과 낮은 목소리로 그린 뉴딜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의 친환경 전략이 재계 어느 기업보다 ‘그린 뉴딜’과 맞닿아 있는 만큼, 정 수석부회장 역시 차분하면서도 뚜렷한 어조로 향후 전략과 목표치를 내세웠다.
이를 지켜본 재계 관계자는 "경영 전면에 나선 지 2년이 채 안 됐지만 그룹 안팎에서 신망이 두터워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재계를 대표해 국민보고대회에 나선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들어 운신의 폭을 확대하며 재계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앞서 지난 5~7월에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앞세워 주요 그룹 총수와 잇따라 회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이른바 '배터리 정상회담'을 연 정 수석부회장은 미래차 전략의 핵심인 전기차 배터리의 안정적인 수급은 물론, 이들 3사와 전략적 협업을 강조했다.
사실상 정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재계가 소통하고 움직이게 된 셈이다.
그를 중심으로 한 이런 재계 구도는 향후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향후 3대 전략의 핵심으로 △개인용 비행체 △자동차 △로보틱스를 꼽았다. 올해 초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0'을 통해 도심항공 모빌리티 전략도 구체화했다. 일찌감치 미래 전략을 확정한 셈이다.
사실상 정 수석부회장과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재계의 경영전략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 시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나아가 삼성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재계의 관례도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앞두고 서둘러 중국 주재원 철수를 결정한 것, 사업장 방역과 코로나19 대응전략 수립 역시 정 수석부회장의 선제적 결단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내부적으로 준법정신이 강조되는 것은 물론, 편법 대신 정공법을 택하는 기조가 이전보다 뚜렷해졌다"며 "현 시점에서 재계 주요 그룹사 가운데 '오너 리스크'가 가장 적은 만큼, 향후 정 수석부회장의 보폭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