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부터 분양권도 주택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대상이 된다. 분양권 시장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고용진 국회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10일 발의했다. 같은 날 정부가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7ㆍ10 대책)'에 따른 후속 조치다. 주택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과세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게 고 의원이 밝힌 입법 취지다. 고 의원은 재정 담당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여당 간사를 맡고 있어 고 의원 안(案)을 사실상 정부ㆍ여당 공식안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재건축ㆍ재개발 원주민에게 주는 입주권과 달리 청약 당첨자에게 주는 분양권은 그동안 양도세 중과에서 예외를 인정받았다. 입주권은 기존에 주택을 보유해야 얻을 수 있는 권리이지만 분양권은 주택 유무와 상관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분양권 전매는 유주택자라도 상대적으로 세금 부담이 적어 거래가 원활했다.
분양권이 양도세 중과 대상에 들어가면 이 같은 분위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에서 양도세 중과 대상 주택을 처분하면 기본 세율에 2주택자는 10%포인트(P),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P가 가산된다. 이번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내년 1월부터 분양권이 양도세 대상에 들어간다. 6월부터는 중과율이 10%P씩 더 올라갈 예정이다.
비과세 요건도 문제다. 고 의원 안에선 주택 보유자가 분양권도 함께 소유하는 경우 일시적 2주택자 비과세 혜택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입주권의 경우 시행령을 통해 일시적 2주택자에 양도세를 비과세하도록 예외를 인정하고 있지만 분양권엔 이 같은 조항이 없다.
법안 내용이 알려지자 주택시장에선 혼란이 일고 있다. 7ㆍ10 대책이 발표됐을 땐 이 같은 내용이 들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대책뿐 아니라 지난 대책까지 아울러서 법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도 동의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12ㆍ16 대책)'에서 분양권은 양도세 중과 대상에 포함하려 했으나 지난 국회에선 여야 이견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당은 단독으로라도 이달 안에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번엔 입법이 유력하다.
참세무법인 소속 최왕규 세무사는 "법안이 지금대로 통과되면 2021년 이후 분양권을 취득하는 모든 사람이 무거운 세금을 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완 입법이 없는 상태면 청약에 당첨돼 새 아파트에 입주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택을 처분하면 2주택자(기존 주택ㆍ분양권)로 양도세 중과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예외가 인정되는 입주권보다 분양권의 세금 부담이 커진다. 기재부 측에선 "아직 시행령 개정을 말하는 건 이른 것 같다. 연말쯤 시행령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청약 당첨 후 입주를 하기 전 이사를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 기존 주택을 일찌감치 처분하지 않으면 3주택자 중과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세무사는 "기존에는 취득ㆍ입주 시기만 맞추면 각각 일시적 2주택자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각각 비과세 적용이 안 돼 3주택 중과세율을 맞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내년 새로운 세법이 적용되기 전에 미리 기존 주택을 정리하거나 분양권을 전매하는 게 그나마 나은 절세 방안"이라고 했다.
이번 법안을 포함해 분양권을 둘러싼 규제를 강화되면서 분양권 시장이 위축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토부는 이르면 다음 달 수도권 대부분 지역과 지방 광역시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 전까지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사실상 입주 전까지 전매가 막힌다. 8월 이후 분양하는 주택은 전매가 금지되고 그나마 거래가 가능한 분양권은 '세금 폭탄'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안 그래도 서울과 지방 광역시는 전매 금지 영향으로 분양권 시장을 위축될 상황이었다"며 "분양권도 양도세 중과 대상에 포함되면 전매가 가능한 지방 분양권 시장과 청약시장도 잇따라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