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PAP는 지난 10일 치러진 총선에서 61.2%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전체 93석 중 83석을 차지했다. PAP는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가져가기는 했지만, 의석 점유율(89.2%)이 사상 처음으로 90%를 밑돌았다. 국부로 추앙받는 고 리콴유 전 총리가 설립한 PAP는 1965년 독립 이후 치러진 17번의 총선에서 의석점유율이 모두 93%를 웃돌았는데, 민심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반면 야당인 노동자당(WP)은 의석수를 지난해 총선 당시 6석에서 이번에 10석으로 대폭 늘렸다. 야당의 의석수가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독립 이후 처음이다. 역대 총선에서 WP가 가장 많이 차지한 의석 수는 6석이었다.
리콴유 전 총리의 장남 리셴룽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선거 결과는 소득 상실과 고용 불안 등 국민이 위기에서 느끼는 아픔과 불확실성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전에서 최대 쟁점이 된 것은 고용 대책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 경제성장률은 독립 이후 최악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WP 등 야당은 외국인 임원과 전문 인력의 수용을 보다 엄격하게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우수한 해외 인재의 활용과 해외 기업의 유치는 자원이 부족하고,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는 싱가포르에서 PAP 정권이 내세운 성장 전략의 핵심이다. 리콴유 전 총리는 “외국인 없이는 증가하는 고령자를 지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외국인 비중은 30% 수준에 이른다. 만약 민심을 받아들여 외국인 수용을 축소하게 되면 경제의 활력을 잃게 될 수 있다.
또한 세계적인 보호 무역주의 추세의 고조에 따라 무역 허브로서의 강점도 살리기 어렵게 됐다. 현재까지는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의 편도 들지 않고 양쪽으로부터 투자 및 무역 혜택을 받아왔지만, 언제까지 이러한 중립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닛케이는 PAP의 장기집권이라는 ‘정치적 안정’이 외국 자본을 유치하면서 1인당 국내 총생산(GDP)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이에 따라 국민의 대다수도 고성장의 분배를 받는 동안 PAP를 지지해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국민의 불만이 조금씩 쌓여 왔다.
이번 총선에서 제1야당인 노동당이 93석 중 10석을 확보한 것은 PAP에 대항할 야당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국민이 늘고 있음을 시사한다.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전망할 수 없는 어려운 환경 아래서 리 정권이 새로운 경제와 사회의 모델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PAP 이탈은 한층 가속화 할지도 모른다고 닛케이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