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사진>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9일 자신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주택을 여러채 보유한 사람을 죄인 취급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요즘 신문을 펴들면 거의 매일같이 주택 여러 채를 가진 공직자에 관한 기사가 큼지막한 사진과 더불어 대서특필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보수언론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 심한데, 마치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 호재라도 잡은 듯한 느낌”이라며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한심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과연 이런 ‘마녀사냥’으로 무슨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공인이야 보통 사람과 다른 잣대를 적용 받는 게 숙명이긴 하지만, 주택 여러 채를 가진 것까지 시비 대상이 된다는 건 너무한 게 아닐까”라며 “다주택을 보유하는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적 없고, 내야 될 세금 꼬박꼬박 냈다면 특별히 시비의 대상이 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문제의 본질은 공평한 조세 부담이라며 주택임대사업자들에게 제공되는 조세상 특혜를 점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문제의 핵심은 모든 다주택자에게 공평한 조세 부담이 돌아가야 하는데, 주택임대사업등록제로 인해 이 공평과세 원칙이 붕괴됐다”며 “이들에게 주어지는 조세상 특혜를 철폐하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대사업자에 대한 조세상 특혜의 폐지는 그들에게 징벌적 조세 부담을 안기자는 말이 절대로 아니다. 그들의 경제적 능력에 걸맞은 수준, 그리고 그들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걸맞은 수준으로 조세 부담을 조정하자는 제안”이라면서도 “전면폐지는 우리 경제에 또 다른 종류의 충격을 줄 것이 분명하고, 임대사업자들에게 출구전략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를 준다는 점에서도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임대사업자들에게 제공되는 조세상 특혜를 폐지할 경우 혜택은 가지를 셀 수 없을 만큼 많다며 특히 네 가지를 꼽았다. 우선 즉,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기본 토대가 닦여질 수 있다 봤다. 이 교수는 “갖가지 규제를 모두, 도입, 강화한다 하더라도 임대사업자등록제라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라고 말했다.
또, 조세제도의 효율성 및 공평성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현재 임대사업자가 지는 세금 부담이 실물 부문에 투자한 사람이 지는 세금 부담보다도 훨씬 더 가볍다. 그 결과 돈이 부동산 임대업으로 몰리게 만드는 게 비효율적”이라며 “임대사업자들이 보통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부유함에도 재산세와 소득세, 양도소득세 그리고 종합부동산세 모든 부담이 보통사람보다 더 가볍다. 납세자의 경제적 능력에 걸맞은 조세부담을 지게 만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재정건전성 확립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이 교수는 “임대사업자들에 특혜를 주는 바람에 최소 1조5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며 “한 푼의 조세 수입도 아쉬운 판에 수조원에 이르는 세수를 정부 스스로 포기한다는 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