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의 재포장 금지가 묶음 할인판매 금지라는 오해 논란이 일면서 홍역을 치른 정부가 의견 수렴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한다. 정책에 대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대국민 공청회도 거쳐 올해 하반기 중에 세부지침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재포장 금지 제도'의 세부지침에 대해 산업계, 소비자단체 등 현장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분야별 협의체를 10일 발족한다.
이번 협의체는 △식품 제조업 △기타 제품 제조업 △유통업(온‧오프라인) △소비자단체 등 4대 분야별로 구성되고, 관련 협회와 참여를 희망하는 개별 업체를 포함해 총 84개 기관이 참여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협의체는 8월 초까지 운영될 예정으로 재포장 금지 제도 세부지침에 관한 각 분야의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협의체는 10일 첫 기획 회의를 열고 협의체 구성·운영 및 세부 활동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올해 1월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제품포장규칙)'을 개정했다. 면적이 33㎡ 이상인 매장에서는 환경부 장관이 예외로 고시한 경우가 아니라면 제품을 재포장해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이달부터 시행을 앞두고 지난달 환경부는 '포장제품의 재포장 관련 가이드라인'을 통해 △가격 할인 등 판촉을 위한 것이 아닌 경우 △수송·보관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창고형 매장에서 대량 판매하기 위한 경우 △고객이 선물 포장을 요구하는 경우 등을 '예외적 허가 사례'로 발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환경부의 가이드라인이 '묶음할인'을 금지한다는 주장에 제기됐다. 묶음할인을 위해서는 재포장이 필요하고, 이 방법이 금지되면 기업이 마케팅을 할 수 없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가 할인 상품을 구입하기 어렵게 된다는 여론이 만들어졌다.
환경부는 재포장금지 정책이 묶음할인을 금지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세부지침을 만드는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원점에서 다시 지침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묶음할인이 꼭 재포장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환경부의 제도 시행은 정당했지만 여론을 의식해 환경부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같은 수고를 감안하더라도 재포장금지 정책이 폐기물을 줄이는데 꼭 필요하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영기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관은 "폐기물 처리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현실에서 불필요한 포장 폐기물의 발생을 줄이기 위한 재포장 금지는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09년 1858만 톤이었던 생활폐기물은 2019년 2045만 톤으로 약 10% 증가했다. 생활 폐플라스틱은 같은 기간 188만 톤에서 322만 톤으로 약 70% 늘었고, 합성수지 포장재는 51만 톤에서 100만 톤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환경부는 분야별 협의체에서 수렴된 의견을 전문가 등이 추가로 참여하는 확대 협의체에서 검토하고, 마지막에는 대국민 공청회 등을 거쳐 올해 9월까지 세부지침(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정책관은 "이번 분야별 협의체 구성‧운영을 통해 현장의 의견을 청취함으로써 재포장 금지 제도가 원활히 시행돼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