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옛 현대상선)이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 8위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졌음에도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을 아시아~유럽 항로에 연이어 투입하는 등 공격적인 전략을 펼쳤기 때문이다.
3일 프랑스 해운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이날 기준 HMM의 컨테이너 선복량은 60만2186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글로벌 선사 중 8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 선복량 중 2.5%를 점유했다.
이전까지 8위였던 대만 선사 양밍은 9위(선복량 59만9068TEU)로 밀려났다.
HMM 전신인 현대상선도 과거 8위를 차지한 적이 있다. 하지만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변경한 이후 8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HMM은 다시 반등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현대상선은 2010년대 해운 시황 침체 등 각종 악재로 법정관리 위기에 처했었다.
2016년에는 채권단 출자전환을 통해 산업은행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현대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됐다. 이후에도 여러 경영 위기를 겪으면서 올해 1분기까지 20분기 연속 적자에 머무르고 있다.
위태로웠던 HMM은 규모의 경제 전략을 통해 재기에 성공했다. 2018년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국내 조선 3사와 3조15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선박 20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초대형 선박이 일반 선박보다 더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음에도 제반 비용은 비슷하다는 장점을 활용한 것이다.
한국해양수상개발원에 따르면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은 1만5000TEU급보다 척당 연간 64억 원(유럽 항로 기준)의 운항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HMM의 초대형 선박은 올해 4월 2만4000TEU급 알헤시라스호를 시작으로 잇달아 아시아~유럽 항로에 투입됐다.
현재 운항 중인 6척의 선박 중 1~4호선은 모두 만선을 기록했다. 다른 경쟁사들이 비슷한 시기에해운 수요 위축으로 용선 선박들을 반납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대조적인 행보다.
HMM의 상승세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HMM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올해 9월까지 2만4000TEU급 12척을, 내년에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1만6000TEU급 8척을 인도받을 계획이다.
한편, 이날 기준 글로벌 컨테이너선사 1위는 덴마크 국적 선사인 머스크(16.5%)가 차지했다.
2위부터 7위는 △MSC(스위스) △코스코(중국) △CMA CGM(프랑스) △하팍로이드(독일) △ONE(일본) △에버그린(대만)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