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감소에 적자 전환' 초록뱀, 유증에 거는 기대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초록뱀이 유상증자에 나선다. 녹록치 않은 사업 환경 속에 조달금액 전부는 OTT 맞춤형 드라마에 투입할 예정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초록뱀은 지난달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이달 들어 투자설명서와 증권신고서를 공시했다.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총 427억 원을 조달한다.

초록뱀은 유증액에 자체조달을 더한 도합 500억 원을 내년까지 3회에 걸쳐 OTT 플랫폼 맞춤 드라마 제작에 투입할 계획이다. 당장 오는 9월부터 내년 4월까지 극본료와 출연료 등에 317억 원이 투입된다.

이번 유증은 한국투자증권이 최종 실권주 잔액을 인수하는 조건이 있어 조달 완료에 대한 불안감은 없다. 다만 최근 실적이 부진한 상태이기 때문에 자금의 활용의 결과가 중요해진 상황이다.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485억 원으로 전년 대비 24.0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4억 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영업이익률은 3%에도 미치지 못했다.

순이익의 경우 앞서 2017년과 2018년 2년간의 손실에서 벗어나 89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매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이자수익과 전환우선주평가이익 등 금융수익을 통해 끌어올린 일시적 현상에 가까웠다.

회사 측은 수익성 악화에 대해 “2019년 판관비율이 8.3%에 그치는 등 비용 관련 내부통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매출액 감소에 따른 저수익성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향후 외주제작 환경의 변화와 수익구조 다각화에 성공할 경우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고 밝혔다.

초록뱀은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에서 방송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9.56%로 압도적이다. 매니지먼트 사업과 부동산 임대 사업도 병행하고 있지만 방송 의존도가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 등 OTT 플랫폼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기존 TV 방영을 기반으로 한 전방 산업의 업황이 부진을 겪는 모양새다.

초록뱀은 올해의 경우 1분기 영업손실이 20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매출은 45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초록뱀이 자금 조달을 통해 OTT 맞춤형 드라마를 제작하려는 이유도 여기 있다. 과거엔 지상파 위주의 외주제작 계약을 진행하다 보니 해외판권 등의 저작권이 방송사에 귀속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판매처를 OTT로 선회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는 것이다.

초록뱀은 투자설명서를 통해 “글로벌 OTT가 아시아 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제작사가 해외판권 수입 및 IP를 보다 높게 배분 받는 기회가 생기고 있다”며 “제작 예정인 신규 드라마는 방송사 편성 전에 제작해 IP를 확보하고, OTT 등 플랫폼 사업자에게 방영권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유상증자의 구주주 청약은 내달 3~4일, 일반공모 청약은 6~7일 진행된다. 신주상장 예정일은 내달 2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