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사업 점검에 나서 “불확실성의 끝을 알 수 없다”며 다시 한번 위기 상황을 강조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 자회사인 세메스(SEMES) 천안사업장을 찾아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생산 공장을 둘러보고 중장기 사업 전략을 점검했다.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에 대해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를 내린 지 3일 만에 재개한 현장 경영이다.
이 부회장은 경영진과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산업 동향 △설비 경쟁력 강화 방안 △중장기 사업 전략 등을 논의한 후, 제조장비 생산공장을 살펴보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현장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 강호규 반도체연구소장, 강창진 세메스 대표이사 등 삼성의 부품·장비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경영진이 동행했다.
세메스는 1993년 삼성전자가 설립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설비제작 전문 기업이다. 경기 화성과 충남 천안 등 국내 두 곳의 사업장에 20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미국 오스틴과 중국 시안에 해외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이번 행보는 그동안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소재·부품·장비 분야를 육성해 국내 산업 생태계를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소재·부품·장비 수급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진 지난해 7월 일본으로 직접 출장을 다녀온 직후,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단기 대책 및 중장기 대응 전략을 논의한 바 있다.
그는 당시 “흔들리지 않고 시장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자”고 강조하며, 사장단에게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 시나리오 경영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이달 24일에는 인공지능(AI) 분야 최고 석학인 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삼성 리서치 소장(사장)으로 내정하며 인재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25일엔 국내 중소 협력사의 반도체 설비부품 개발을 지원하는 등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총력을 기울여 ‘K칩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과 만나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과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사업 외연 확대도 모색했다.
특히 이번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로 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 활동은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조직에 위기감을 불어넣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있어 총수의 역할은 절대적”이라며 “검찰심의위 권고가 검찰의 불기소로 이어져, 삼성과 우리나라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