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첨단 기술을 활용해 상품을 판매하는 '언택트(비대면) 리테일'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4일 ‘유통 법ㆍ제도 혁신 포럼’을 열었다고 밝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소비 트렌드 변화와 유통산업 전망을 살피고, 유통규제 도입 10년간의 실효성을 점검하기 위한 자리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인사말에서 “코로나19 위기가 기존 질서를 해체하고 있는 가운데 유통산업이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과거 유통질서의 유산인 유통규제를 혁신하고,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전환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태호 LPK로보틱스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소비 트렌드와 유통산업’ 주제 발표에서 코로나19로 변화한 소비행태를 분석하고 유통산업의 미래를 전망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홈 이코노미 등 비대면 소비문화가 급속히 확산하는 한편, 동시에 안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소비 패러다임이 변화 중”이라며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하면서 가상현실, 실시간 동영상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 키오스크, 드라이브 스루 등 언택트 리테일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 세션에서는 유통규제의 실효성을 점검했다.
대한상의가 대형마트 영업일 규제가 시행된 2012년과 규제 시행 이후 8년이 지난 2019년의 업태별 소매업 매출액 변화를 분석한 결과, 전체 매출액은 43.3% 증가했는데, ‘전통시장 등을 포함한 전문소매점’의 매출액은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안승호 숭실대 교수는 “현행 유통규제는 정량적이고 구체적인 정책목표가 없이 도입된 문제점이 있고, 그간의 효과도 전혀 실증되지 않았다”며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속에서 지방 소도시의 거주민이 인근 대형마트를 통해 지역의 먹거리를 안심하고 배송받을 수 있도록 대형마트의 온라인 영업규제만이라도 반드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영균 광운대 교수는 “유통규제 일몰기한 연장 문제도 유통규제의 효과성 사후평가가 전제되어야 하고, 연장 기간도 최소화돼야 하는데 최소한의 평가도 없이 5년 연장으로 입법이 추진된 것에 대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급변하는 유통산업 환경에서 대형마트를 규제하니 ‘식자재 마트’라는 또 다른 포식자가 나타나 시장경쟁질서만 어지럽히고 동시에 전통시장 상인들과 골목상권의 영세 소상공인들을 또 한 번 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화봉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정책연구실장은 “유통 영업일 규제가 8년간 지속됐지만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경쟁력은 아직도 미미하다”며 “유통질서 변화에 대응하여 규제의 대상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대형 온라인 유통사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인 대안을 통해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의견도 나왔다.
소상공인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임차료ㆍ인건비ㆍ수수료 등 각종 비용부담 증가와 상권 내몰림인 만큼 ‘상점가 육성에 따른 세액공제 확대’와 영세 상공인들을 위한 ‘맞춤형 임대차보호법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앞으로도 ‘유통 법·제도 혁신 포럼’은 대ㆍ중소 유통업계 관계자와 소비자 대표들이 참여하는 자리를 마련해 유통산업의 법ㆍ제도를 혁신하기 위한 지혜와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모아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