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의 항공유 마진이 3개월여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최근 정제마진도 14주 만에 플러스로 바뀌는 등 정유업계가 '죽음의 골짜기'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양새다.
23일 에너지 가격평가기관 '아거스 미디어(Argus Media)'에 따르면 최근 한국의 제트유(항공유) 마진은 배럴 당 0.1달러로 집계됐다.
3월 4일 '마이너스'로 전환한 이후 4월 22일 배럴 당 -4.5달러로 저점을 찍은 뒤 개선세를 보이다 3개월 여 만에 플러스로 돌아선 것이다.
정유사들의 항공유 공급량 조절에 더해 최근 항공사들이 점차 운항을 늘리고 있는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석유공사(KNOC)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국내 정유사들이 생산한 경유는 하루 평균 100만 배럴로 같은 기간 46만8000배럴의 항공유보다 2.2배 많았다. 그랬던 것이 올해 4월 기준 경유는 91만9000배럴, 항공유는 29만3000배럴로 격차가 3배 이상 벌어졌다.
이런 중에 항공유 수요처인 대한항공, 아시아나를 비롯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점차 운항편을 늘려가는 것도 수익성 개선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가 국제선 노선들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이는 수요 회복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실제로 이어질지는 코로나19 전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유업계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도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6월 셋째 주 평균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배럴 당 0.1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3월 셋째 주 -1.9달러 이후 14주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정제마진이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수치다.
이처럼 관련 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만큼 1~2분기 '최악의 업황'을 맞이한 정유업계가 3분기부터는 점차 회복세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1분기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 정유 4사는 총 4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입은 재고 평가손실에 더해 저조한 수요가 발목을 잡았다.
2분기 실적도 비관적이다. 시장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와 에쓰오일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3869억 원, -697억 원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플러스로 돌아서긴 했지만, 실질적인 손익분기점은 배럴 당 4달러 이상"이라며 "앞으로 수요가 얼마나 늘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