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반도체 가공 소재를 생산하는 한덕화학의 지분을 매입했다.
공정거래법의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결정이지만, 최근 반도체 소재 기업의 지분에 잇따라 투자한 만큼 새로운 성장동력의 윤곽이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정밀화학으로부터 오는 26일 한덕화학의 지분 50%를 686억8100만 원에 취득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회사 측은 지배구조 개선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경영 효율성 제고를 목적으로 꼽았다.
한덕화학은 반도체 가공 공정에서 세척제 등으로 사용되는 ‘TMAH(수산화 테트라메틸 암모늄)’를 생산하는 회사로 생산공장은 울산에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995년 롯데정밀화학과 일본의 도큐야마가 50대 50으로 합작해 설립했다.
롯데케미칼은 공정거래법의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한덕화학의 지분을 매입하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같은 목적으로 롯데글로벌로지스 보유 지분 전량을 롯데지주에 장외 처분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한덕화학은 원래부터 자회사인 롯데정밀화학을 통해 지배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롯데지주에 편입된 이후 지주회사 행위제한 이슈로 이번 지분 매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의 한덕화학 지분 매입이 반도체 소재 사업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고부가 소재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지분 매입의 목적 중 하나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꼽은 것이 반도체 소재 사업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3월에도 일본 반도체 소재 기업인 쇼와덴코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쇼와덴코는 불소계 특수가스 전 제품 라인업과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CF계 식각 가스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이다.
지난해 말 롯데케미칼이 인수·합병(M&A)을 시도했지만 불발된 히타치케미칼 역시 반도체 소재 기술과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를 보유한 회사다.
이러한 점으로 짐작해 볼 때, 롯데케미칼이 성장세가 높은 반도체 소재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꼽고 이에 대한 투자를 전방위적으로 강화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편, 롯데케미칼은 최근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M&A 전담팀을 개설하고 저수익 사업을 정리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PIA(고순도 이소프탈산)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PTA(고순도 테레프탈산)에서 손을 떼면서 한화종합화학에서 PTA를 공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