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셀트리온·대웅도 내달 임상 진입 ‘개발 가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국내외 제약사들의 치료제 개발 열기가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임상시험에 속도를 내는 한편 효능과 안전성을 모두 갖춘 '게임 체인저'를 찾기 위한 옥석 가리기도 시작됐다.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국내 임상시험계획은 총 14건이 승인됐다. 치료제가 12건, 백신이 2건이다.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은 제약사의 상용화 목적 임상이 5건, 연구자 임상이 7건이다. 지난달 18일 서울대병원의 '바라시티닙' 연구자 임상이 마지막으로 승인받은 임상이다. 6월에는 코로나19 백신 임상만 2건 추가됐다.
속도는 여전히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가 가장 빠르다. 제약사 임상 가운데 유일하게 환자 모집을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부광약품의 '레보비르'(성분명 클레부딘)가 가장 앞서 나간다. 현재 환자 모집 중이며, 8월까지 임상 2상을 마치는 것이 목표다. 엔지켐생명과학의 'EC-18'과 신풍제약의 '피라맥스'는 아직 임상 승인만 얻은 상태다.
앞서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클레부딘과 시클레소니드, 이펜프로딜 3종이 연내 완료를 목표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구자 임상 중인 시클레소니드는 천식 치료제로, SK케미칼이 아스트라제네카의 '알베스코 흡입제'를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뇌 순환 개선제인 이펜프로딜 제품은 영풍제약의 '페로딜'이다.
정부가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총력을 다하면서 임상시험계획을 신청하면 승인은 단기간에 이뤄질 전망이다. 7월 중 임상 진입을 앞둔 국내 제약사는 GC녹십자와 셀트리온, 대웅제약이다.
GC녹십자의 혈장치료제 'GC5131A'는 하반기 상용화가 목표다. 개발에 필요한 혈장을 공여하겠다고 약속한 완치자가 전날 기준 118명을 달성하면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애초 공여자가 저조해 개발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졌으나 이후 숫자가 빠르게 늘어 최소 기준점인 100명을 넘어섰다. 일본의 다케다와 스페인의 그리폴스 등 혈액제제 글로벌 1·2위를 다투는 회사들도 연내 상용화를 목표로 혈장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개발하는 항체치료제는 회복 환자의 혈장에서 항체를 배양해서 만들기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현재 페럿(족제비)에 이어 햄스터, 생쥐, 원숭이를 대상으로 효능성 및 독성 시험을 진행 중이다. 상용화 목표 시점은 내년 상반기다. 회사 관계자는 "7월 중 임상 진입 계획에 따라 차질없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GC녹십자와 셀트리온이 정부와 함께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는 가운데, 대웅제약과 대웅테라퓨틱스는 'DWRX2003’(성분명 니클로사마이드)의 동물 효능시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개선 효과를 확인하고 치료제 개발에 돌입했다. 연내 임상 단계를 완료하고 허가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제약사들의 추가적인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JW중외제약은 Wnt 표적항암제 'CWP291'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17일 선언했다. 세포실험에서 CWP291은 렘데시비르에 비해 약 4배 높은 항바이러스 활성을 보였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CWP291은 한국과 미국에서 안전성이 검증된 임상 1상의 약물 용량보다 낮은 농도로 코로나19 항바이러스 치료제로서의 개발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동물 시험을 진행하고 임상시험을 준비할 예정이다.
씨앤팜은 무고통 항암제로 개발 중인 '폴리탁셀'의 세포독성실험을 통해 코로나19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다. 계열사 현대바이오와 함께 폴리탁셀의 글로벌 임상시험을 위한 허가 절차를 연말까지 진행한다.
해외 국가들은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일시적인 효과가 아닌 진정한 치료제를 찾는데 몰두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덱사메타손'이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사망률을 크게 낮춰준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16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다. 입원환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지하고 있는 환자의 사망 위험은 28∼40%, 기타 산소 치료를 받는 환자는 20∼25%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렘데시비르가 치료 기간을 단축하지만, 사망률은 의미 있게 낮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결과다.
덱사메타손은 염증 억제와 치료 등에 사용하는 스테로이드 제제다. 1957년 개발된 약으로, 5파운드(약 8000원)면 최대 10일간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다. 다만, 스테로이드 제제 특성상 환자의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 아직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에서는 유한양행, 영진약품, 부광약품, 신일제약 등이 판매 중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5일 코로나19 치료 목적으로 허용했던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과 유사약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한 긴급 사용을 취소했다. 심장 박동 문제와 심각한 저혈압 등 부작용이 잠재적인 효능보다 크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국내 병원들도 관련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클로로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극찬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개발 중인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이르면 9월 긴급사용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캐나다 생명공학기업 엡셀레라와 협업하는 'LY-CoV555'와 상하이 쥔스 바이오사이언스와 손잡은 'JS016' 2종으로, 이달 초 임상에 돌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는 유행이 끝난 후 개발사들이 투자 비용을 회수하지 못했다"면서 "코로나19는 이들과 달리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어 국내에서는 하반기 임상에 관한 결과가 가시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