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예고한 경고가 현실화했다. 안보 시계가 첨예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청와대는 미온적인 반응을 내고 있다.
북한이 연일 대남 공세를 통해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남북 정상 간 대화와 소통만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안일한 태도에 사태 파악에 미진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폭파된 연락사무소의 토지는 북한 소유이지만 건설비는 우리가 부담했다. 이에 건물은 정부의 ‘국유재산’ 목록에도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 중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는 보고를 받고 급하게 자리를 떴다. 이에 외통위 회의장도 크게 술렁였다.
중국 당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란다며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남북 간 현 정세에 대해 평론을 요구받고 이같이 답했다.
자오 대변인은 “북한과 한국은 한민족”이라며 “중국은 이웃 국가로서 일관되게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소통 제안’을 전면 거부당한 문재인 대통령의 다음 선택도 주목받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가 있기 직전까지도 4차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제안은 유효하다”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제시했던 금강산 등 북한 주요 지역에 대한 개별관광이나 철도·도로 연결,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화, 남북 보건협력 등은 당분간 추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신 대북특사나 대미특사 등 외교적 카드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대북특사 파견 필요성이 우선 거론된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북한의 불만이 남한보다는 미국을 향한 것이라는 분석에 기반해 대미특사로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6일 라디오에 출연해 “선미후북”이라며 북한보다는 미국에 먼저 특사를 보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청와대는 특사와 관련해 별다른 준비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특사 파견 이야기가 나온 것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는 장면이 목격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3월에도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청와대를 향해 “겁먹은 개” “저능하다”는 등 맹비난을 한 지 하루 만에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바 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오후 5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긴급소집해 대응에 나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