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전민의 아들로 35년 공직, 자식도 국세청에…모두에 감사"
중국 명나라 말에 홍자성이 지은 ‘채근담’에 보면 “진정한 맛은 담백한 맛이고, 진정한 인격자는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쉬운 듯하지만 사람이 평범해 보이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특히, 상명하복(上命下服) 체계가 분명한 공직사회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이는 위계질서가 무너진다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개연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직에서는 지위를 떠나 수직이 아닌 수평의 관계를 유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홍성범 서초세무서장(사진)은 여느 공직자와는 확연히 다른 마인드를 갖고 있다.
기관장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할 수 있는 권위의식은 이미 소통을 통해 내려놓았고, 솔직 담백한 입담과 약자에 대한 배려심은 국세 행정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 때문일까. 국세청 안팎에서는 홍 서장을 ‘보통 사람’이라고 말한다. 때로는 형 동생 같고, 친구 같은 사람. 이제 그가 이달 말 공복을 벗고, 국세청과 납세자의 가교 역할을 하는 세무대리인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1985년 3월 8급(국립세무대 3기)으로 국세청에 입사한 후 무려 35년 3개월을 ‘보통 사람’으로 살았던 그는 “퇴직이 임박하니 만감이 교차한다”며 “무엇보다 국세청에 감사하고, 자녀들이 국세청에 입사한 것이 가장 큰 보람이자, 행복이다”고 말했다.
홍 서장은 국세청 내에서도 몇 안 되는 ‘조사통’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홍 서장은 대기업과 비정기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중부국세청 조사1·3국과 서울국세청 조사4국, 그리고 재산제세(상속·증여·양도세)를 전담하는 서울국세청 조사3국에서 그 실력을 충분히 인정받았다.
일례로 서울국세청 조사3국에 재직할 당시 변칙적인 교차증여 행위에 대해 새로운 과세논리를 적용한 데 이어 서울국세청 조사4국에서는 고급 탈세정보 등 보강된 과세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지능적·고도화된 신종 탈루유형 및 조세회피 사례를 발굴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홍 서장은 “‘조사통’이라는 말은 과분한 평가”라며 “이론과 실무 그리고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세무조사관으로서는 함량 미달이기 때문에 매사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국세청에는 아쉽게도(?) 함량 미달 직원들은 없다”며 “국세청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직원들을 적극 발굴해 이들에 대한 보상 즉 승진의 기회를 폭넓게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홍 서장은 “화전민의 자식으로 태어나 국세청에 입사하고, 살아온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있다”며 “부족한 나를 믿고 함께해 준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대과 없이 공직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 선후배와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공직을 떠나 세무대리인으로 시작하는 것이 다소 두렵기도 하지만, 늘 그래왔듯이 현직에서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납세자 권익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과세당국과 납세자 간의 가교 역할 또한 성실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홍성범 서초세무서장은?
△63년 강원 횡성 △원주고 △국립세무대학 3기 △85년 3월 8급 특채 △중부청 조사1국 조사3과 △서울청 조사4국 조사1과 △국세청 운영지원과 서무계(사무관 승진) △중부청 조사2국 조사1과 3팀장 △국무조정실 정책분석평가실 파견 △서울청 조사3국 조사1과 6팀장 △서울국세청 인사계장(서기관 승진) △삼척세무서장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 △영등포세무서장 △서울청 조사4국 조사2과장 △현 서초세무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