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해 5월 발표한 ‘긱 이코노미 백서’에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자동화와 지금보다 훨씬 다각화한 일자리 수요 등으로 인해 글로벌 긱 이코노미 시장규모가 2018년의 약 2040억 달러(약 243조 원)에서 2023년 455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팽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은 긱 이코노미에 대한 이런 낙관적 전망을 비관론으로 바꿔놨다. 세계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자택대기 명령과 이동 제한 등 봉쇄 조치를 취하면서 긱 이코노미 근로자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파트타임 전문 구직사이트 앱잡스(AppJobs)가 지난 4월 전 세계 1400명 긱 이코노미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8%는 수요 급감과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인해 “현재 아무런 소득이 없다”고 답했으며 89%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소득을 저축하고 있다”는 답변이 23%에 그치는 등 긱 이코노미 근로자들의 생계는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긱 이코노미는 직업적 유연성을 제공하지만, 근로자들은 실업수당이나 건강보험 또는 병가에 이르기까지 정규직 근로자가 받는 혜택이 거의 없다. 특히 이런 혜택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사람들에게 더욱 절실한 것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공중보건 기관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자 사회적 고립을 권장하고 있지만 긱 이코노미 근로자들의 수입원은 바로 다른 사람들과의 지속적인 상호교류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도 긱 이코노미 근로자들에 대한 위협을 근본적으로 없애기에는 역부족이다. 유럽의 코로나19 중심지인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57세 음식배달 기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에 걸리는 것이 두렵지만 건강에 대한 위험은 재정적 불안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이 일은 유일한 수입원이며 나는 월말에 임대료와 각종 청구서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 먹는 사람, 식당 밖에서 주문을 기다리는 다른 기사 등 여러 사람으로부터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물론 긱 이코노미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음식배달 등 각국 봉쇄 조치 혜택을 받는 업종은 공격적으로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미국 온라인 식료품 배달업체 인스타카트는 3월 한 달 새 30만 명을 고용했으며 4월 말 25만 명을 추가로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프리랜서 고용 플랫폼인 업워크(Upwork)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 자사 웹사이트에 등록한 사람이 50% 급증했다”고 밝혔다. 긱 이코노미 관련 고객 서비스 업체 토크데스크(Talkdesk)는 “불과 10일짜리 임시직 모집에 10만 명이 지원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릴수록 수당이 적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미국 타임매거진에 따르면 아마존닷컴 물류 서비스인 ‘아마존 플렉스(Amazon Flex)’ 운전기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시간당 28~32달러를 받았으나 이제는 18~20달러에 그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긱 이코노미의 종말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이달 초 전자상거래에서 음식배달, 원격진료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삶에서 인터넷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나서 인터넷 의존도가 높은 긱 이코노미 플랫폼으로의 전환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각국이 대규모 실업대란에서 벗어나면서 사람들이 정규직 대신 다양한 형태의 긱 이코노미 일자리로 옮겨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용어 설명 긱 이코노미(Gig Economy)
기업이 그때그때의 수요에 따라 근로자를 단기 계약직이나 임시직으로 고용해 일을 맡기는 경제 형태를 뜻한다. 1920년대 미국에서 재즈 공연 인기가 치솟으면서 필요할 때마다 연주자들과 단기 계약을 맺던 것을 뜻하는 ‘긱’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