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장원기 전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2월 말 중국 디스플레이 구동 칩 제조업체 에스윈(ESWIN)의 부총경리로 영입됐다.
부총경리는 우리나라로 치면 부회장 자리다. 이 회사 회장 격인 총경리는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업체 BOE의 창업자 왕둥성이 맡고 있다.
에스윈(ESWIN) 홈페이지에는 지난 2월 28일 에스윈그룹 창립대회가 열렸고, 1기 이사회 회장에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업체인 BOE 회장을 지낸 왕둥성, 부회장에 장원기 전 삼성중국 사장을 선임했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장 전 사장은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래 사내 디스플레이 관련 중책을 맡아온 인사다. 반도체총괄 액정표시장치(LCD)사업부 천안공장장(전무), LCD사업부장(사장), 중국 삼성 사장을 역임하고 2017년 퇴임했다.
에스윈은 2016년 3월 베이징에서 설립돼 2017년 10월 OLED용 DDI를 출시했다. 지난 8일 레노버의 모기업인 레전드홀딩스 계열 벤처캐피털인 레전드캐피털과 미국계 IDG가 주도한 총 20억위안(약 3370억 원)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BOE 창업자와 삼성전자 사장 출신 인사를 최고 경영진으로 영입한 만큼 향후 OLED DDI 개발 및 양산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에스윈에 투자한 IDG의 중국 파트너인 위신화는 "OLED 글로벌 생산능력이 한국에서 중국으로 이전하는 기회를 이용해 에스윈이 디스플레이용 칩의 국산화 공급에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에서 40년 가까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 중국 업체 경영을 맡으면서 국내 관련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단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 정책 핵심 품목인 메모리반도체와도 거리가 멀기 때문에 반도체 업계에는 큰 파장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에스윈 주력 사업인 DDI 분야는 장기적으로 국내 업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LG 계열사 실리콘웍스가 DDI 사업을 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으로 전 세계 DDI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은 29.9%로 1위에 올랐다. 매출은 5억6000만 달러.
대만 노바텍이 3억7900만 달러로 20.2%, 대만 하이맥스 테크놀로지스가 1억4100만 달러로 7.5%로 2, 3위다. LG그룹 계열사인 실리콘웍스는 1억4000만 달러(7.5%)로 그 뒤를 이었다. 대만 시트로닉스가 1억700만달러로 5.7% 점유율을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은 LG디스플레이가 글로벌 시장을 이끌고 있어 국내 DDI 제조사들 점유율에 큰 영향을 없을 것"이라며 "다만 중국 업체들의 OLED 시장 추격이 거셀 것이란 전망이 많아, 향후 DDI 시장 판도가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