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부실 투자로 환매 중단된 디스커버리펀드와 관련해 ‘불완전판매’ 의혹에 휩싸였다. 기업은행 측이 93세 고령자와 치매 환자 등에게도 디스커버리펀드 판매를 강행했다는 투자 피해자들의 증언이 잇따르면서 금융감독원의 현장조사를 앞두고 진위 논란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10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는 8일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만나 기업은행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와 디스커버리펀드 투자 피해자들의 증언이 담긴 문건를 직접 전달했다. 이에 청와대는 디스커버리펀드 투자 피해자 대부분이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받지 못했다’는 정황을 인지하고 기업은행에 적극적 해결책 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2의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나 라임사태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해당 문건에는 기업은행이 93세 고령자와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치매 환자에게 해당 펀드의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이자가 3% 나오는 안전한 상품이고, 미국이 망하지 않으면 손해 볼 일 없다”는 식으로 가입을 유도했다는 증언이 명시됐다.
또한 기업은행 PB 팀장이 고객 서명을 위조해 계약을 하거나, 고객 투자 성향을 임의로 ‘적극 투자형’에 맞추는 등 서류를 조작한 사례도 담겼다. 이외에 세입자 전세보증금 반환을 앞둔 고객, 비상용으로 법인 설비투자금을 보유하고 있던 고객에게 “미국은 망할 일이 없으니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만 믿으라”며 가입을 권유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해당 문서에는 기업은행이 펀드 판매 과정에서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자본시장법상 적합성 원칙 위반 △적정성 원칙 위반 △설명의무 위반 △부당권유금지의무 위반 △고령투자자보호의무 위반 △녹취의무 위반 △투자권유 자문인력이 아닌 자에 의한 투자 권유 등의 행위를 했다는 사실관계가 드러나고 있어 사기 판매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최창석 대책위 대표는 “치매 고객에게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면서 투자라고 설명한 것은 공분을 살 일”이라며 “(은행 측이) 피해자 배상을 회피하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모두 이용해 강경하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기업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 내 자체적으로 검사를 끝내고 검사 결과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검사 결과에 불완전판매나 사기판매 등과 관련된 내용이 들어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금감원 특수은행검사국은 기업은행 내부 검사가 끝난 직후인 이번 주부터 불완전판매 의혹과 관련해 기업은행 검사에 착수했다. 현재까지 서류 검토와 전화로 검사가 진행됐고, 아직 현장 조사는 시작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령 고객이나 치매 고객에게 불완전판매를 한 것은 분쟁조정을 할 때 손해배상 비율을 높이는 요인이 되는 것은 맞다”며 “다만 DLF처럼 판매 은행의 내부통제 역할 등 은행의 책임 여부가 어느 정도인지도 중요하기 때문에 배상 비율은 열 가지가 넘는 요인들에 의해 복합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