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윤<사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를 대처하는 우리 경제의 대응 전략에 대해 “포스트 코로나 경제 환경은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존재하는 구조를 보일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특히 성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전반적인 산업구조 개편을 불러오고 이 과정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는 포스트 코로나가 새로운 기회의 시점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에는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침체 늪에 빠진 국내외 경제가 포스트 코로나에도 어려움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기업이 생존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성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에서는 글로벌 가치사슬(GVC)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기업이 유망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GVC는 제품의 연구개발(R&D)과 디자인, 재료와 소재, 부품, 장비조달, 조립가공, 물류, 마케팅, 사후서비스(A/S)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가치 창출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다수의 국가에서 추진하면서 형성된 글로벌 분업체계를 의미한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수출은 GVC에 힘입어 크게 성장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수출국이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GVC가 붕괴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신산업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분업체계가 보다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성 교수의 판단이다.
그는 “기업들은 여러 산업에 동시에 적용될 수 있는 핵심 서비스, 부품, 소재 등 경쟁력을 갖춰 GVC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도록 노력하고, 이런 부문을 자율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코로나19와 홍콩 보안법 통과 문제로 G2(미국·중국)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성 교수는 우리 정부가 경제 측면에서 두 국가 중 한 곳을 선택해야하는 기로에 놓인다면 미국 뒤에 서야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중심의 글로벌 경제 네트워크가 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가 이런 체계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미국과 연결되는 글로벌 분업체계의 일원이 되려면 미국이 필요로 하는 핵심적인 기술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코로나19에 따른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현재까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보면 주로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측면의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어쩔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런 대응만으로는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켜 지속 가능성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에 대응해 3차 추가경정예산으로 35조2000억 원(11조4000억 원 세입경정 포함)을 편성했다. 이같은 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올해 총지출은 547조1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6.5% 늘어난다. 이로 인한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역대 최고치인 76조4000억 원,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3.5%인 840조2000억 원으로 불어난다.
성 교수는 “정부로서는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분과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재정 지원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기업이 원활히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구조적인 대응에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