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정기공채…'수시채용'이 대세로

입력 2020-06-09 14:55 수정 2020-06-0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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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현대기아차, 작년 정기공채 폐지…삼성·포스코, 경력 상시채용

국내 대기업들이 상·하반기 두 차례에 나눠 채용하던 신입사원 정기 공개채용 방식을 폐지하고 있다. 대신 경력직 중심으로 진행해 오던 연중 수시 채용을 신입사원으로 확대한다. 이와 함께 채용 연계형 인턴십도 늘리면서 ‘검증된 인재’ 구하기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을 시작으로 주요 기업들이 상시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 가운데에서는 현대차그룹, SK그룹, KT그룹, 현대중공업그룹, LG그룹 등이 연중 상시 선발체제로 신입사원을 모집하고 있다.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2월부터 상·하반기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직무별 수시채용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그룹사 전반에 걸쳐 연중 수시채용이 확대되고 있다. 연 2회 고정형 신입 채용방식으로 융·복합형 미래 인재확보가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수시전형 도입 이후 1년 3개월 만에 현대차 기준 약 100건에 육박하는 수시 전형이 추진됐다. 수시채용이 도입된 지난해 3월 이후 6월 현재까지 93회에 걸쳐 채용 전형이 추진됐고, 이 가운데 2건이 진행중이다.

현대차는 특히 수시 채용을 현업 부서가 주도하도록 했다. 실무 부서가 채용할 직무에 맞게 전형과정을 새롭게 구성할 수 있다. 또 집단적으로 실시했던 인·적성(HKAT) 검사를 폐지하되, 현업에서 필요할 경우 간소화된 필기 및 실무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게 했다.

현대차는 상·하반기 나눠 선발하던 인턴사원 채용도 연중 상시 채용하는 ‘H-Experience’ 프로그램으로 전환했다. 다만, 연 1회 추진해온 정비 인턴 공개 채용은 기존대로 추진한다. 정비라는 특정 분야에 국한돼 있는 만큼 정기 전형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SK그룹도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채용 방식으로 완전 전환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2~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공채 비중을 낮추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KT그룹도 올해부터 상시채용을 하겠다고 나섰고, 현대중공업그룹은 2016년 하반기부터 추천 수시채용을 통해 신입사원을 모집하고 있다.

상시 채용은 회사와 지원자 모두에게 득이되는 방식이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공채 시기를 놓쳐 오랜 기간 다시 취업을 준비할 필요가 없고, 평소 관심이 있던 업무를 찾아 수시로 지원할 수 있다.

회사 차원에서는 공채 시즌에 무더기 입사 원서를 내는 ‘묻지마식’ 지원자를 걸러내고, 직무별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언제든지 뽑을 수 있다. 또 정기 공채와 같이 6개월 이상 걸리던 준비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기업 대부분은 이미 경력직 채용에서 수시채용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업 환경과 수요에 맞춰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현업 부서에서 필요한 인재를 즉시 뽑는 속도감 있는 채용 제도로 전환한 것”이라며 “이러한 인재 채용 방식의 전환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노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채용 전형도 ‘언택트’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 LG는 인·적성 검사를 9월부터 전면 온라인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인성 검사 문항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적성 검사 문제 유형은 온라인에 최적화해 응시 시간을 기존 3시간에서 1시간대로 대폭 단축해 지원자들의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앞서 삼성전자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필기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온라인으로 진행한 바 있다. 삼성은 사상 첫 온라인 시험을 준비하면서 응시자의 부정행위 적발시 5년 응시제한, 온라인 예비소집, 스마트폰 카메라로 시험 감독 등 다양한 부정행위 방지 장치를 마련했고, 별 탈 없이 성공적으로 전형을 치렀다.

신입사원 수시채용과 온라인 필기시험, 채용 연계형 인턴십 확대 등 기업들의 채용 트렌드 변화는 다른 주요기업으로까지 확산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선진국가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수시채용 방식과 인턴십으로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채용 변화가 당초 계획보다 다소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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