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앤뷰티(H&B)스토어 업계를 평정한 CJ올리브영이 화장품 로드샵을 정조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에 속속 매장과 인원 감축에 돌입하며 몸집 축소에 나선 화장품 업계와 대조적으로 올리브영은 이들의 빈자리를 꿰차기 위해 공세를 강화한다. 명동점과 강남점을 화장품 쇼핑 메카로 띄우기 위해 새단장하고, 그동안 로드숍ㆍ쇼핑몰에서나 볼 수 있던 화장품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CJ올리브영은 명동과 강남에 위치한 플래그십 스토어의 상품 전문성과 고객 체험 요소를 한층 강화해 새롭게 선보인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개편은 ‘새로움’과 ‘전문성’을 키워드로 카테고리별 트렌드 제안과 상품 큐레이션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기초 화장품과 색조ㆍ헬스ㆍ바디ㆍ헤어 등 대표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신상품을 도입하고 상품 진열 등을 차별화했다.
이들 매장에서는 ‘클린 뷰티(Clean Beauty)존’을 선보여 유해 성분 배제와 자연 및 동물 보호를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화장품 취향을 저격한다. ‘헬스케어’ 카테고리도 세분화해 건강하고 트렌디한 룩을 만나볼 수 있는 ‘애슬레저존’, 단계별 구강 관리법을 보여주는 ‘구강 케어존’, 올바른 Y존 관리법을 제안하는 ‘페미닌 케어존’으로 꾸며 큐레이션을 강화했다.
아울러 편안하면서도 즐거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매대 배치를 조정하는 한편, 시즌별로 바뀌는 트렌드를 즉각 반영해 보여줄 수 있는 브랜드 팝업존을 설치했다. AR(증강현실) 서비스로 가상 염색 체험이 가능한 ‘헤어 컬러링 바’도 만나볼 수 있다.
이는 최근 로드숍을 운영하는 화장품 업체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한파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어들며 화장품 회사들은 속속 매장을 접고 구조조정에 돌입하고 있다. 수출마저 여의치 않다. 코로나19 이슈에 홍콩 시위까지 겹치며 이달들어 20일까지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액은 3억6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에 비해 18%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점포 수를 늘려 고객을 유치하는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67%나 빠진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아리따움 라이브' 강남점의 문을 연지 1년 8개월 만에 폐점했다. 이에 앞서 명동점은 지난 3월 오픈 10개월만에 이미 문을 닫았다.
특히 아리따움 라이브 매장은 체험 콘텐츠를 강화한 서경배 회장의 야심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아리따움 직영점 역시 올해 10여 개를 정리할 계획이다. 미샤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에이블씨엔씨도 최근 비효율 매장을 정리 중이고, 잇츠한불과 토니모리도 최근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에 돌입해 몸집을 축소하고 있다.
이들 화장품 업계가 선택한 전략은 온라인 강화다. 최근 이니스프리와 클리오, 미샤는 쿠팡에 공식 입점해 판매에 나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화장품 온라인 거래액은 지난해 25% 성장에 이어 올 1분기에도 13.7% 확대되는 블루오션이다. 특히 설화수는 '세포라 온라인'을 통해 1월부터 말레이시아에서 판매하고, 3월에는 호주와 뉴질랜드도 론칭하며 손쉽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오프라인 정책도 바꿨다. 직접 점포를 내는 데서 한 발짝 물러나 편집숍 입점으로 선회했다. 최근 H&B스토어 시장에서 올리브영 독주 체제를 굳히자 화장품 빅브랜드들이 올리브영으로 입점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이는 임대료 등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된다. 이같은 현상을 대변하듯 2016년 800개였던 올리브영 점포는 지난해 1246개로 늘었지만, 같은기간 이니스프리 매장 수는 1045개에서 687개로 쪼그라들었다.
이들 빅브랜드가 입점한 올리브영은 갈수록 입지가 강화되는 모양새다. 1월부터는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를 전국 900여 점포에서 팔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에뛰드를 입점시켰다. 이달 들어서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론칭한 ‘정샘물뷰티’와 스위스 내추럴 뷰티 브랜드 ‘벨레다’, 영국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더바디샵’을 신규 도입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편집숍이다 보니 경쟁력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화장품 브랜드 등을 계속해 입점시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