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주택시장 ‘이상 조짐’… “급매물 동났다”

입력 2020-05-27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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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0-05-26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호가 상승에 ‘집값 바닥론’ 고개… 전문가 “아직 일러”

#. “급매물요? 이젠 이곳에선 급매물이 다 사라졌어요. 싼 매물은커녕 호가가 오르고 있습니다.”(서울 강남구 대치동 J공인중개소 관계자)

자녀 학교 문제로 강남 진입을 고려했던 40대 직장인 A씨는 강남 아파트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에 얼마 전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았다. 그러나 많다던 급매물은커녕 정상 매물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가격도 당초 예상을 훨씬 웃돌아 강남 아파트 매입을 포기해야 했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 매매시장이 심상찮다. 시세 통계상으론 아파트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장에선 상승 분위기가 확연하다. 대출 규제와 세금(종부세양도세) 부담 등으로 쏟아져 나왔던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강남 주요 단지들은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한두 달 전보다 많게는 2억~3억 원씩 올랐다.

이렇다 보니 강남 집값 바닥론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강남권 아파트값이 정말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설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집값 하락폭이 줄고는 있으나 정부 규제가 여전해 우하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점치는 전문가들이 아직까지 더 많은 편이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전용면적 84㎡형은 21일 20억 원에 팔렸다. 앞서 이 아파트는 7일 같은 면적의 주택형이 16억 원에 거래되며 화제를 모았다. 이 거래는 가족 간 거래(증여)로 결국 파악됐으나, 강남 일대에선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로 급매물이 쏟아지면서 가격도 하락 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작년 말 최고가 대비 가격이 20%가량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급매물들이 대부분 소진되면서 강남 주요 아파트 매매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리센츠 전용 84㎡형은 현재 19억∼20억5000만 원 선을 호가한다. 인근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형도 현재 호가가 19억∼21억 원대까지 올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18억 원대까지 떨어졌던 은마아파트 전용 84㎡형은 최근 21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현재 호가는 층수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 20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는 15일 전용 84㎡형이 26억6000만 원에 팔리며 최고 거래가 기록을 새로 썼다. 올해 초 호가가 25억 원대로 떨어졌던 이 아파트는 현재 호가는 27억 원까지 올라섰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서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 모습.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서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 모습.

반포동 H공인 관계자는 “보유세(종부세+재산세) 과세 기준점(6월 1일)을 피하기 위한 거래가 대부분 끝난 상황이라 가격을 낮춘 매물이 더이상 나오지 않을 것 같다”면서 “절세 매물이 해소되면서 가격도 상승세로 확실하게 돌아선 모습”이라고 전했다.

실제 8주째 하락세인 강남 아파트값은 최근 들어 낙폭이 둔화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18일 기준)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0.1%로, 지난달 27일(-0.21%) 이후 이달 4일(-0.17%), 11일(-0.12%), 18일(-0.1%)로 매주 하락폭이 줄고 있다.

그렇다고 강남 집값이 당장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힘들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올해 공시가격 대폭 인상에 따른 보유세 부담이 여전한 데다 정부의 추가 규제도 예고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추격 매수세가 따라붙을 정도로 시장에 에너지가 넘쳐나지 않고 있다”며 “강남 집값 상승 움직임은 국지적인 현상에 불과하지 대세 분위기로 자리잡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집값 안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한 만큼 주택시장에 이상 징후만 감지돼도 추가 규제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강남 아파트값 하락폭이 다소 둔화될 수는 있으나 실제 거래 가격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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