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이 국내 유통업계의 선택지가 아닌 필수지가 됐다. 쿠팡과 마켓컬리 등 스타트업이 선점한 시장에 지난해 신세계·이마트의 SSG닷컴이 가세하더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시장성이 확인되면서 올 들어 현대백화점에 이어 롯데쇼핑까지 뛰어들어 새벽배송 시장은 유통 빅3가 일제히 경쟁하는 전장이 됐다.
롯데쇼핑은 롯데마트의 김포 온라인 전용센터를 활용해 ‘새벽배송’을 새롭게 도입한다고 25일 밝혔다. 김포 온라인 전용센터의 배송 가능 지역인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으로 10월까지 경기 남부지역과 부산지역까지 서비스 권역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2018년 2월부터 롯데슈퍼를 통해 서울 서초와 강남, 용산, 송파 등의 일부 지역에서 새벽배송을 해왔지만, 물류센터를 통해 본격적으로 나서기는 처음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3분기 내로 서남부 지역에 새벽배송에 돌입하고, 늦어도 10월까지는 부산 권역에서도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8월부터 신선식품 배송 전문 온라인몰 ‘현대식품관 투 홈’을 열고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시작한다. 이 업체는 백화점만의 프리미엄 특성을 살려 낮 시간에는 백화점 식당가 음식을 인근 지역으로 1~2시간 내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함께 내놓는다. 먼저 서울과 경기 지역 10개 백화점 매장에서 1~2시간 거리에 있는 지역까지 백화점을 물류 거점 삼아 배송에 나설 예정이다.
현대는 2018년 7월 국내 백화점 최초로 ‘새벽식탁’ 서비스를 통해 반찬 등을 새벽배송했지만, 대상과 지역이 한정적이었다. 이번에는 대상 품목을 5000개로 기존보다 3배가량 늘리고, 배송 지역도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으로 넓혔다. 지금까지는 물류센터 없이 점포를 활용하다 보니 주문도 전날 오후 8시에 마감했으나, 이를 개선하기 위해 경기도 김포에 전용 물류센터 부지를 마련 중이다.
기존 식품 새벽배송은 쿠팡을 비롯해 마켓컬리 등 스타트업들이 각축을 벌이던 시장이었다. 지난해 이마트의 SSG닷컴을 분할해 가세했지만, 롯데와 현대백화점 등은 전용 물류센터를 갖추지 못해 주문 시간과 배송 지역에 제약이 따랐다.
하지만 롯데와 현대 등 전통 유통공룡들이 줄줄이 전용 물류센터와 자동화 설비를 갖추고 본격 시장 참여를 선언하게 된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성장세가 예상보다 빠르고 컸기 때문이다. 2015년 100억 원에 불과하던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지난해 SSG닷컴의 합류로 8000억 원대로 커졌다. 5년 만에 80배 성장한 셈이다. 이는 이커머스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 15%를 훨씬 웃돈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시장 폭발적인 성장세에 대해선 가늠조차 어렵다. 그동안 새벽배송이 트렌드 소비로 주목받았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비대면 쇼핑이 필수 소비패턴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처음 새벽배송을 경험한 이용자들이 소비의 편리함에 재구매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온라인을 통한 농축수산물 구입은 전년 동월 대비 91.8% 성장했다. 특히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체의 성장세가 가팔랐다. 회원수 500만 명의 새벽배송 전문 마켓컬리는 연초 하루 3만~4만 건이던 배송 물량이 최근 4만~5만 건으로 확대됐다. 이 중 80%가량이 새벽배송이다.
SSG닷컴 역시 지난해 중순 하루 3000만 건 수준이던 새벽배송이 최근 약 2만 건 내외로 치솟았다. 쿠팡 역시 로켓프레시 새벽배송을 포함한 전체 배송 건수가 연초 하루 200만 건에서 최근 300만 건으로 급팽창했다.
업체들의 물류 인프라 확보 경쟁도 한층 빨라졌다. 이마트는 SSG닷컴의 물류 강화를 위해 3년간 1조3118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5년 내 7곳의 물류센터를 추가할 계획으로 현재 경기도권에 4호 부지를 물색 중이다. 쿠팡은 대구 국가산단에 역대 최대 규모의 물류센터를 건립하는 데 이어 대전에는 신선식품 전용 물류센터를 짓고 전국 사업에 힘을 준다. 마켓컬리 역시 올해 말 오픈 예정인 김포 물류센터 고도화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