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은 이름 그대로 완성차 메이커를 대표하는 상징적 모델이다. 대부분 대배기량 엔진을 얹고, 초호화 장비를 가득 담은 고급차들이다.
21세기 들어 이런 플래그십은 분야별로 확산했다. 터닝포인트는 2015년 독일 폭스바겐에서 시작한 디젤 게이트다.
당시 사건은 미래차 시대를 주도할 '친환경 전기차'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데 결정적인 전환점이었다. 나아가 커넥티드와 자율주행 개발에도 기폭제가 됐다.
이후 주요 완성차 메이커들이 앞다퉈 ‘테크니컬 플래그십’ 을 앞세웠다. 해당 메이커가 지닌 신기술을 총망라해 하나의 자동차에 담은 사례다.
이들은 자사의 다른 제품군보다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쯤 기술적으로 앞서 나간다.
글로벌 주요 기업이 스스로 “최고 기술력의 정점”으로 내세운 브랜드별 테크니컬 플래그십을 알아보자.
◇메르세데스-벤츠 최초의 순수 전기차 EQC=EQ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순수 전기차 브랜드다. EQ 뒤에 붙는 영문 머리글자로 차급도 나눈다.
EQS는 2018년 9월 최초로 공개했고, 국내에는 지난해 10월 들어왔다.
독창적인 내·외관 디자인과 새로운 구동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역동적인 퍼포먼스, 다양한 편의성을 갖춘 모델이다.
지난해 한국자동차기자협회가 주관하는 ‘2020 올해의 차’에서 ‘올해의 그린카’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대적인 디자인과 혁신 기술, 디지털과 커넥티비티, 강력하면서도 효율적인 순수 전기 구동 파워 트레인이 장점으로 통한다.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배터리는 벤츠가 자체 개발했다. 자회사 ‘도이치 어큐모티브(Deutsche ACCUMOTIVE)’에서 개발하고 생산한 80kWh 리튬-이온 배터리다. 자존심이 철옹성 같은 벤츠답게 한국의 삼성과 LG, SK의 배터리를 마다한 것이다.
한번 충전하면 309㎞ 이상 주행할 수 있다. 급속 충전기를 맞물리면 약 40분 동안 배터리의 80%를 충전할 수 있다.
앞뒤 차축에 모두 전기모터를 맞물려 최고출력 408마력, 최대토크 78.0㎏‧m를 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까지 5.1초면 충분하다. 가격은 1억360만 원이다.
◇아우디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e-트론’=2018년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e-트론은 아우디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다.
향후 제품군 전체를 전동화로 전환 중인 아우디 역시 e-트론의 기술을 활용해 전기차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두 개의 전기 모터를 얹어 265kW의 출력을 낸다. 마력으로 환산하면 약 355마력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6.6초에 돌파하고 이 상태를 지속하면 최고속도 시속 200㎞까지 치닫는다.
부스터 모드를 사용하면 슈퍼카에 버금가는 최고출력 402마력을 낼 수 있다. 나아가 시속 100㎞ 가속도 5.7초로 단축된다.
아우디는 e-트론은 새로운 전기차 시대를 위한 디자인 언어를 제시하며 공기역학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e-트론의 외관 디자인에 장착된 플래티넘 그레이 8각형 싱글 프레임은 아우디 e-트론이 순수 전기 SUV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공기역학 지수는 SUV 가운데 최고 수준인 Cd 0.27 수준이다. 올 하반기 국내 시장에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BMW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술의 집약체 530e=BMW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기술을 모았다.
2007년 ‘이피션트 다이내믹스(Efficient Dynamics)’ 전략을 최초로 도입한 이후 BMW 특유의 운전 즐거움을 극대화하면서 연료 소비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여내고 있다.
이런 친환경 기술력의 끝에 530e가 존재한다. BMW는 이를 통해 순수 전기차 시대로 가는 과도기 단계에서 최적의 선택지라고 강조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일반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의 중간 단계에 머물고 있다.
충전을 통해 전기차처럼 운행할 수 있고, 배터리가 소진되면 직렬 4기통 2.0 엔진이 개입해 자연스레 연료 전환이 가능해진다.
전기차로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가 50㎞ 안팎에 머물고 급속 충전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다만 서울 도심에서 수도권 일부 지역은 순수 전기차처럼 운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차량이 처음 출발할 때, 저속 및 중속 영역에서 전기 모드에 우선순위를 두고 전기구동 시스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다.
시스템 출력은 최고 185마력 수준이고, 국내 판매가격은 7660만~7850만 원이다.
◇렉서스 하이브리드 기술의 정점 뉴 RX 450hL=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한 하이브리드 기술은 렉서스(토요타)가 글로벌 정점에 올라서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진보한 모델은 뉴 RX 450hL이다.
렉서스 RX는 2001년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올해 초 선보인 뉴 RX는 2016년 이후 4년 만에 부분 변경된 새 모델이다.
핵심은 V6 3.5ℓ 휘발유 엔진을 바탕으로 전기모터를 맞물린 D-4S 하이브리드 기술이다. 두 가지 힘을 모두 보태면 최고출력 313마력에 달한다.
앞바퀴에 엔진을 맞물리고 전기모터가 뒷바퀴에 힘을 보탠다. 덕분에 앞뒤 토크 배분을 100:0에서 50:50까지 자유롭게 나눈다.
하이브리드 만들기가 경지에 다다른 렉서스 기술력이 집약된 만큼 성능과 내구성에 대한 신뢰가 뚜렷하다.
국내 판매 가격은 8067만~9527만 원이다.
◇볼보 안전 테크닉의 정수 XC90 T8 EXC=볼보는 친환경 파워트레인과 함께 다양한 안전기술을 앞세워 기술력을 완성한다.
최첨단 주행보조 시스템 등 다양한 최신 기술을 전 트림에 기본으로 적용,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경쟁력을 강화했다.
2014년 출시한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Drive-E Powertrains)’은 4기통 휘발유 엔진과 8단 기어트로닉 변속기를 맞물린다. 여기에 슈퍼차저 및 터보차저, 그리고 엔진 경량화를 통해 강력한 성능과 효율성을 뽑아냈다.
4기통 휘발유 엔진과 전기 모터가 결합해 최고 출력 405마력(휘발유 엔진 318마력+모터 87마력)을 자랑한다.
휘발유 엔진으로 앞바퀴를 굴리고, 전기모터가 뒷바퀴에 힘을 보태며 네 바퀴 굴림 시스템을 완성한다,
무엇보다 ‘안전은 옵션이 될 수 없다’는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첨단 안전기술이 집약돼 있다. 고속도로 주행보조와 차로 유지 등을 통합해 가장 안정적인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갖췄고,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를 비롯해 하나하나 열거하기도 벅찬 안전기술을 담고 있다.
국내 판매가격은 트림에 따라 8030만~1억3780만 원이다.